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당초 예상보다 최대 3배가량 많은 보조금을 받는다. 보조금 지급을 놓고 막판 협상 과정에서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통큰’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이 보조금은 앞으로 삼성전자 미국 사업의 새로운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른바 ‘칩스법’을 근거로 삼성전자에 64억달러(9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삼성전자 보조금은 반도체 업계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규모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보조금 규모가 20억~30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추정해왔다. 상무부가 밝힌 반도체 보조금 기준에 따르면 팹(공장)당 최대 30억달러까지, 각 프로젝트 총비용의 15%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삼성이 받을 보조금은 상한선인 26억달러의 2배(52억달러)를 넘는다.
이는 앞서 보조금을 발표한 인텔(85억달러)·TSMC(66억달러·대출금 제외)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액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76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된 생산 보조금의 절반 이상이 이들 3개 업체에 집중적으로 지급된다.
그만큼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삼성전자가 특히 막판 협상에서 미국에 적극적인 투자 유치 의사를 보여,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 보조금 지급액 확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등 투자 규모를 170억달러에서 400억달러 이상으로 2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230억달러를 웃도는 추가 투자가 보조금 63억달러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보조금 증액 발표가 미국이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시그널이라는 해석도 들린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당초 계획보다 건립 비용과 현지 운영 비용이 커진 점도 고려 대상으로 꼽힌다.
이 같은 보조금 지급으로 삼성전자의 현지 공장 건설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보조금 지급 지연과 불확실한 경기 상황으로 테일러 공장 양산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을 웃도는 보조금이 결정되며 시설 투자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