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시, 밴 나이스 대형 노숙인 캠프 철거… 시위대와 충돌
로스앤젤레스시가 밴 나이스 지역의 대형 노숙인 캠프 철거에 나서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했다. 405번 프리웨이 인근 옥스나드 스트리트 일대에서 철거 작업이 진행되던 1일 오전, 일부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현장에 몰려와 저항 시위를 벌였고, 최소 1명이 체포됐다.
이번 철거는 LA시와 LAPD, LA카운티 셰리프국이 공동으로 집행한 대규모 작전이었다. 오전 6시경 시작된 철거 작업은 수개월간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민원이 집중됐던 대형 캠프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텐트 해체와 쓰레기 처리, 접근 통제를 위한 도로 차단 등이 병행됐다.
현장에는 시 복지국 요원들도 함께 투입돼 노숙인들에게 임시 주거지와 복지 서비스를 안내했다. 그러나 일부 노숙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제안의 불확실성을 호소했다.
한 노숙 여성은 KTLA와의 인터뷰에서 “불안하고 무섭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임시 주거지를 제공받을 수도 있지만 그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나쁜 일을 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방법이 없어서 그런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철거 대상 캠프는 인근 크리켓 경기장, 양궁 학교, 공원,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과 인접해 있어 오랜 기간 지역사회 불만이 집중된 장소였다. 주민들은 마약 사용, 악취, 점거 행위로 인한 공공장소 접근성 저하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이번 철거는 주정부와 연방정부 차원의 압박 속에 진행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5월, 장기 노숙을 금지하고 대체 주거 제공을 전제로 한 ‘노숙인 캠프 해결 조례 모델’을 발표하며 시 정부들의 철거 집행을 촉구했다. 뉴섬은 “사람들이 길에서 죽어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신속하고 인도적인 방식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런 배스 시장은 이날 “현재까지 Inside Safe 프로그램을 통해 95개 캠프를 철거하고 4천 명 이상을 실내로 이주시켰다”며 뉴섬 주지사의 예산 및 법적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한편,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도시 내 불법 점거와 노숙, 마약 사용 단속을 연방 차원에서 지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명령은 강제 입원 조치를 강조하고, 약물 주입소 등 피해 감소 프로그램에 연방 자금이 사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는 약 18만 7천 명의 노숙인이 있으며, 이 중 7만 2천 명이 LA카운티에 집중돼 있다. LA시는 올해 처음으로 노숙 인구가 4%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캠프 철거 속도는 여전히 영구 주택 공급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도 지적된다.
이날 철거 현장 인근에는 노숙인들을 지지하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 참가자는 “많은 이들이 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LA시는 철거 당일 하루 동안 계속해서 대상자들에게 서비스 제공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