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정부의 소셜 미디어 사용 금지령과 차단으로 불붙은 격렬한 항의 시위로 결국 하루 만에 금지령이 해제되고 총리까지 사임했지만, 9일(현지시간)에도 격분한 시위대는 여전히 수도 카트만두 일대에서 폭력 시위를 계속했다.
8일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에 경찰이 총격을 가해 19명이 사망한 데 대해 격분한 시위대는 이 날도 정부 청사 건물들과 정치인 자택에 방화를 하거나 주요 정치인들을 직접 공격했다.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총리의 사임도 이번 시위 사태의 진정에는 거의 효과가 없는 듯 하다. 수 만 명의 시위대가 9 일에도 밤 늦게 까지 거리를 메웠고 곳곳에서 길을 막고 정부 건물들을 공격했다.
군 헬리콥터들이 정부의 장관들을 태우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 시켰다.
8일 시위대는 정부가 여러 군데의 소셜 미디어에 폐쇄령을 내리고 사용 금지를 선언한 데 분노한 청년들이 주로 거리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의 발포로 19명이 죽은 뒤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었다.
그 때문에 금지령은 하루 만에 해제되었지만 시위대의 죽음과 정치권에 대한 분노,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인 채 나라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면서 대규모 폭동과 시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자 올리 총리가 사퇴를 발표했고 의전상의 권한 밖에 없는 람 찬드라 푸델 대통령은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다만 새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는 임시로 행정을 맡도록 했다.
하지만 그 동안 올리 총리가 어떤 권력을 휘두를지는 물론, 그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네팔군 총사령관 아쇼크 라지 시그델 장군은 9일 화상 메시지를 발표, 시위대에게 시위를 중단하고 더 이상의 인명과 재산 피해가 없도록 하라며, 자기와 함께 대화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서 네팔군은 서면으로 포고문을 발표, 전국의 국방군이 국내의 법과 질서의 회복을 위해 나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병영 안에만 머물렀던 네팔군이 경찰도 실패한 시위 진압에 직접 동원되어 민간 대상의 진압 활동을 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네팔국민에게 폭력을 삼가하고 정부와 시위대가 공동으로 사태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과 대화를 통해 건설적인 해결을 할 것을 호소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밝혔다.
이번 사태는 네팔 정부가 페이스북, X, 유튜브 등 다국적 플랫폼 회사들이 네팔 국내에 공식 등록을 하고 정부 감독을 받아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사용자들의 접속을 금지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위대는 단순히 그 것 때문에 나선 것은 아니다. 대부분 청년층인 이들은 부패한 정치인들의 자녀들 ( 별명 네포 키드 )이 엄청난 혜택과 호화로운 삶을 즐기고 있는데 반해서 청년층 대부분은 구직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에 분개하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네팔에서는 매일 2000여명의 청년들이 중동지역이나 동남아시아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고 한다.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비슈누 타파 체트리는 ” 나는 네팔의 대규모 부패에 항의하기 위해 나왔다. 이 나라는 너무 심하게 부패했고 우리 청년들은 이제 발 붙이고 살 수조차 없게 되어 있다”고 AP기자에게 말했다.
시위 현장의 동영상들 가운데에는 네팔 국회의 여당 대표 셸 바하두르 데우바 부부와 외무 장관 등 정부 관리들이 시위대에게 붙잡혀 매를 맞는 광경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맞아서 피를 흘렸으며 여당 소속 국회의원 부부가 보안군에게 구출되는 장면도 일부 올라왔다. 시위대는 9일 내내 정부 관청에 대한 공격과 정치인들의 자택에 대한 습격을 하는 장면들을 SNS에 내보였다.
대통령궁, 총리 관저, 총리와 장관들이 회의를 하는 관청 빌딩은 시위대의 방화로 모두 불이 붙었다. 총리실 건물에서는 짙은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올리 총리의 사저와 대통령의 사저, 내무장관 저택은 물론, 야당인 네팔 공산당 대표의 자택도 방화로 불에 탔다.
시위대는 경찰의 발포와 시위 대원 사망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보고 총리 사퇴와 내각 총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는 네팔 국기를 흔들면서 ” 소셜 미디어를 금지하지 말고 부패를 금지하라! 소셜 미디어를 복원하라!”고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올리 총리는 사퇴 직전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발포에 대한 수사위원회를 결성하고 15일 이내에 진상조사를 마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사망자 유족에 대한 보상과 부상자들에 대한 무료 치료를 약속했지만 군중의 분노를 잠재우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