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재정난에 공무원 감원까지 거론하던 시의회, 화장실 하나에 거액 투자”
로스앤젤레스 시가 인기 하이킹 코스로 꼽히는 런연 캐년(Runyon Canyon) 공원에 영구 화장실을 설치하기 위해 약 1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공원에는 임시 화장실만 제공되고 있으며, 매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점을 감안해 시 당국은 풀러 스트리트 입구 인근에 영구 화장실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LA 시의회 니티아 라마 의원실은 “언덕 정상 부근에서 진행되는 특수 건설 공사”라며 설계, 허가, 하수도 연결, 장애인 접근성 등을 이유로 비용이 높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민과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화장실 하나 짓는데 100만 달러가 정당한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화장실 설치에 찬성하는 일부는 “운동 중 불편을 덜 수 있다”는 실용적 이유를 들었지만, 반대하는 주민과 이용객들은 자연 훼손, 범죄 위험, 악취 문제 등을 우려했다.
케논 레인스라는 이용객은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이 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매력이 중요하다”며 “화장실이 꼭 필요하다면 인근 마트까지 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정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주민은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시가 예산 적자로 인해 공무원 감원 위기라는 발표를 했는데, 곧바로 화장실 하나에 100만 달러를 쓰겠다고 한다”며 시의회의 판단을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화장실은 오히려 노숙인 출입과 범죄 위험, 안전 문제를 키울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이번 사업은 시민 불편을 해결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세금 낭비라는 비판 속에 추진되고 있다. LA시는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를 놓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