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방학 기간이 캘리포니아의 취약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더 큰 불안과 위험을 가져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가 문을 닫는 기간 동안 이들은 끼니를 해결할 안정적 공간이 사라지고, 성착취·강제 노동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오렌지카운티의 여러 비영리단체들은 취약 청소년 500명을 추적하며 무엇이 이들의 삶을 안정시키는지 분석하고 있다. 인신매매 생존자를 지원하는 에버프리(EverFree)가 UC 어바인과 공동 개발한 디지털 사례관리·연구 도구를 통해 초등학생부터 24세 청년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이 도구에 등록된 청소년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스스로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5명 중 1명은 “먹을 것을 자주 해결하기 어렵다”고 응답했고, 3명 중 1명은 정신적·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프로젝트 호프 얼라이언스(Project Hope Alliance)의 셸비 펠리시아노-사발라 사회복지사는 프로그램 참여 청소년 다수가 노숙 상태이거나 모텔, 임시 거주지, 혹은 여러 비관련 가족과 한 집에 머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소속감, 안전, 일상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방학이 되면 일상도 끊기고 식사 접근도 차단돼 삶 전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에버프리 공동창립자 겸 CEO 켈시 모건은 식량 불안이 인신매매범들의 접근 창구가 되기 쉽다고 경고했다.
“달아난 청소년에게 맥도널드 치즈버거 하나를 건네며 접근하는 방식이 실제로 자주 일어난다”며 “타키스 한 봉지로도 포섭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들은 특히 명절 기간 지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차에서 생활하는 가족에게는 레스토랑 기프트카드를 제공하고, 요리시설이 없는 호텔 거주 가족에게는 조리된 음식을 배달하며, 자체 식품창고를 통해 식료품을 배분하기도 한다.
문제는 대학생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 의회조사국(GAO)은 대학생 4명 중 1명이 식량 불안을 겪지만 상당수가 SNAP 등 연방 식량지원 프로그램에 등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4년 의회는 데이터 공유 확대법을 통과시켰지만 교육부는 아직 실행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수집한 18~24세 청년들의 자가평가에서도 절반이 대학·전문대에 풀타임으로 다니고, 3분의 1은 학업과 파트타임 일을 병행하고 있었지만, 소득이 있어도 식량 접근은 여전히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은 “올해 청년들이 가장 시급한 필요로 꼽은 게 ‘충분한 식사’였다”며 “안정적 주거보다 우선순위로 나타난 것은 심각한 신호”라고 말했다. 추가 연구 결과는 2026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비영리단체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서비스 기관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공유해 청소년들의 실제 삶과 필요를 반영한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박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