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가뭄이 강타한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해안으로부터 차량으로 몇 시간 걸리는 거리에서 서퍼들이 사막 한 가운데에서 서핑을 즐길 장소를 마련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적으로 여러 예술 축제와 등산, 골프 레저활동으로만 유명했지 자연의 물의 파도를 볼 수 없었던 팜 스프링스 일대에 최소 네 군데의 초대형 서핑용 인공시설들이 건설되기 때문이다.
주민들 일부와 환경주의자들은 최근 미국 역사상 최악의 건조한 기후와 가뭄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가장 건조한 지대에 초대형 서핑 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것은 물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서핑용 풀들은 엄청난 물이 필요한데다가 사막의 열기 때문에 물이 너무 빨리 증발해버려 소중한 수자원을 낭비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때문에 더욱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레저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으며, 물의 사용량은 인기 높은 기존 골프장들에 비하면 오히려 10배나 적은 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남캘리포니아 물 보급 연맹”이란 단체의 코너 에버츠 사무총장은 ” 그건 환상일 뿐이다. 마치 두바이 같을 것이다”라면서 “요즘 처럼 기후변화로 가뭄이 극에 달한 시기에 제한된 수자원을 골프장이나 서핑장에 쓰는것이 과연 최선 인가”하고 반문했다.
역대급 가뭄과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악화하는 물부족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거의 4000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을 향해 최근 몇 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물절약을 외쳐왔다.
팜스프링스 일대는 지하수층 위에 위치해 있지만 해마다 줄어드는 강수량으로 모든 물을 주 물관리계획단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이 것도 용량이 크게 부족한데다가 미국의 주요 수원지인 콜로라도 강의 물을 엄청난 세금을 얹어서 끌어다 쓰고 있다.
하지만 지역 관리들은 새로운 서핑용 파도 풀과 리조트에 쓸 물을 제공하는 것은 20년 동안 가능하긴 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인공서핑장 제안은 최근 미국에서 서핑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민간인들의 호화 레저시설이나 공공의 웨이브 파크 등에 걸쳐서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게다가 서핑이 지난 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이 사업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로나이후 시대 경제회복을 이끌어갈 신종 레저 산업으로 내륙 지역의 서핑 풀을 손꼽고 있다고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산업 분석’ 전문회사는 말했다.
프로 서퍼들은 팜스프링스 워터파크에 새로운 파도 풀을 건설하는 것을 환영했다. 이 일대에는 열성 서퍼 인구가 많은 데다가 몇 시간씩 운전해서 바닷가에 가도 파도가 신통치 않아 허탕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휴가지로 인기가 높아질 수도 있고 초보 서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서핑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인공 서핑 풀의 사업성은 기대할만 하다고 그 회사의 간부는 말했다. 텍사스주 와코에 있는 시설의 성공사례도 소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물 교육재단'( WEF. Water Education Foundation)의 알레나 칼리마니스는 ” 인공 서핑장이라도 급속한 물의 증발과 강풍 여부에 따라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 이 사업에 대한 낙관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 지역 물관리를 맡고 있는 코첼라 밸리 물관리기구는 지역의 지하수까지 활용하면 물을 대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로레인 가르시아 대변인은 이 분지 지역의 지하수 저수량이 2009년 최저를 기록한 뒤 많은 복원 노력과 물 비축을 통해서 지금은 충분히 사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이 많아진 지하수가 주로 외부 수원지에서 도입된 수량 덕분이고, 그것도 보충량이 제한되어 있다며 반대한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올해 각지에서 신청한 물의 양에 대해 먹거나 씻는 기본적인 수요 외에는 요청한 양의 5%만을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현재의 가뭄이 최소 100년 만에 시작된 캘리포니아 최악의 한발의 시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서퍼이며 사막 주민이기도 한 데이브 힐츠는 여름철이면 평균기온이 37.7도에 달하는 팜스프링스 일대에서 코첼라 밸리 서핑클럽이 생긴다면 저소득층 가정과 어린이들도 멀리 가는 비용없이 서핑을 배우거나 피서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샌타크루즈의 캘리포니아대 루스 랭리지 같은 물전문 연구자는 ” 농사는 하다 안되면 휴경을 하며 땅을 놀릴 수 있지만, 인공 서핑 풀같은 시설은 한번 건설하면 그럴 수 없다. 안그래도 물부족인 지역에서 그런 거대한 물소비 시설을 건설한다는 건 정말 걱정거리를 만드는 짓”이라고 말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