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유 자산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 문서를 추적한 결과 45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네트워크 단서를 확인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45억 달러 규모의 자산 보유자와 보유 기관들이 사용하는 이메일 도메인을 확인한 결과 ‘LLCInvest.ru’라는 공동 이메일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이 공동 이메일 도메인은 86개 기업 및 비영리 자선단체가 함께 사용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디언은 자사를 비롯해 프랑스 르몽드 등 세계 주요 매체와 언론 단체가 참여한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와 러시아 독립 매체 메두자(Meduza)와 1년 간 추적한 끝에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푸틴 대통려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초호화 별장, 요트, 포도주 양조장(와이너리) 등 45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전세계에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를 추적하면 공통의 이메일 도메인이 사용되고 있었다.
‘LLCInvest’는 일반에 공개된 이메일 제공업체가 아니라 로시야은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통신사 ‘모스콤스뱌스’가 보유한 서버상 도메인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로시야은행은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기관이다.
가디언은 LLCInvest 도메인을 공통으로 사용하고, 때때로 공동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86개 기업 및 비영리 자선단체 목록을 특정했다. 이들의 자산이 모두 푸틴 대통령의 은닉 자산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 첫번째 자산으로 꼽힌 것은 그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주장한 흑해 인근 크라스노다르 휴양도시 겔렌지크(Gelendzhik) 속 초호화 별장이다. 10억 파운드(1조5800억) 가량으로 알려진 해당 별장은 푸틴 대통령의 죽마고우이자 억만장자인 아르카디 로텐버그 소유 자산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6월 기준으로 해당 별장은 ‘비놈(Binom)’ 이라는 모회사 소유로 명시돼 있고, 비놈 이사는 지난해 7월까지 LLCInvest 이메일 도메인에 등록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관련 기록은 러시아 최대 기업 데이터베이스 회사인 스파크에 남아 있다고 한다.
가디언은 같은 방식으로 ▲겔렌지크 별장 주변 포도주 양조장 ▲상트페테르부르크 고급 빌라(일명 푸틴 다차·시골 주택) ▲상트페테르부르크 이고라 스키 리조트(2013년 푸틴 딸 결혼식 장소) 등의 자산이 모두 푸틴 대통령의 개인 자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45억 달러 자산 속에는 거액의 현금 예금 자산도 포함돼 있다. 농업이니셔티브개발 명의 예금 계좌에 170억 루블(약 4억달러), 투자시장개발 명의로 보유 중인 장기 예금(약 200억 루블·4.5억달러), 단기 예금(약 50억 루블·1억달러) 등이다.
한 러시아의 반부패 전문가는 “LLCInvest가 무엇보다 회원들이 이익과 재산을 교환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나 협회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디언은 이러한 자산들이 푸틴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소유권 사슬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가디언에 “푸틴 대통령은 (가디언이) 지목한 물건과 조직 등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