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이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뉴욕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하워드 길만 오페라하우스에서 미국 관객과 처음 만났다.
국립창극단의 미국 진출 자리로 현지 언론과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고, 2회 공연에 3400여명의 관객이 찾았다. 첫 공연이 끝난 후엔 3층 객석까지 가득 채운 관객들이 기립 박수로 환호를 보냈다.
이번 공연은 미국의 유서 깊은 문화예술기관 브루클린음악원(BAM)의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프로그램에 초청돼 성사됐다. 세계 공연예술 흐름을 선도하는 축제로 1983년부터 이어져왔다. 연출가 피터 브룩, 안무가 피나 바우쉬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활약한 무대다. 이 축제 40여년 역사상 창극 무대는 처음이다.
관객은 물론 세계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호평도 잇따랐다. 2018년 런던국제연극제 게스트 예술감독이었던 데이비드 바인더 브루클린음악원 예술감독은 “유럽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본 후 뉴욕 관객과 꼭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보는 이를 압도하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두 번째 초청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아메리칸 레퍼토리 시어터 예술감독이자 뮤지컬 연출가인 다이앤 파울루스도 “그 어디서도 만난 적 없는 경이로운 작품”이라며 “창극만의 독창적이고 비범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2016년 국립극장과 싱가포르예술축제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에우리피데스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작가 배삼식이 창극 극본을 썼으며, 싱가포르 출신 세계적 연출가 옹켕센이 연출을 맡았다.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고 평가받는 음악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을,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음악을 만든 정재일이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전쟁의 비극 속 소외됐던 평범한 여인들을 주목한 작품으로,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한 이들의 강인함과 용기를 그린다. 2016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후 2017년 싱가포르예술축제를 시작으로 2018년 영국 런던국제연극제, 네덜란드 홀란드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빈 페스티벌 등 해외 유수 무대에서 공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