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100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했고, 유럽 알프스산맥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등 전 세계가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올해 해수 온난화 현상인 ‘엘니뇨’ 발생으로 지구 전체의 온도가 높아져 올해 뜨거운 여름이 닥칠 거라는 예고를 해왔지만,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이른 폭염이 전 세계를 덮쳐 인명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폭염에 이어 가뭄·홍수 등 재난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로 인한 인명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북유럽 이례적 가뭄, ‘비 많은’ 영국도 가뭄 예고…알프스산맥은 녹는 중
매년 남유럽 근방에서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보고되지만, 올해는 일찍부터 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도 가뭄과 산불에 대한 주의보가 내려졌다.
스웨덴 기상청인 SMHI 관계자는 “스웨덴은 남유럽 국가들처럼 가뭄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없다”라며 “5월과 6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토양이 매우 건조해 산불의 위험이 높다”고 전했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지에서는 캠프파이어가 금지되기도 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은 북부가 남부보다 습한 경향이 뒤집혔다. 남부 지역이 연평균 강수량의 140% 이상을 넘은 반면 북부는 가뭄 위기에 처했다.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는 대부분 지역에 이미 물 부족 경보를 발령했다. 남유럽 스페인도 1961년 이후 가장 뜨겁고 건조한 봄을 보내며 5월 중순까지 예상보다 28%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CNN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에 있는 알프스산맥에서 낙석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영구동토층이 해빙되며 발생했다”라며 “기후 변화로 영구 동토층과 빙하가 녹으며 이 지역의 낙석 사고는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도 텍사스·루이지애나 등 남부에서 폭염 이어져 ‘경고’
미국 국립기상청은 지속적인 고기압으로 인해 미국 걸프 해안을 둘러싼 남부 지역에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으며, 폭염이 해소되려면 일주일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 휴스턴은 최고기온 46도, 코퍼스크리스티는 49도가 기록됐다.
특히 해당 지역은 15일께 토네이도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겪어,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와중 기록적인 폭염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봇은 토네이토 이후 1000명 이상의 주민이 전기 없이 방치되고 있다며, 주정부가 이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냉방 대피소’를 만들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습도로 인해 체감 온도는 10도에서 20도 정도 더 높게 느껴질 것이라며 온열 질환을 대비하라고 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600명 이상이 열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데, 올해는 폭염이 예정보다 일찍, 더 높은 기온으로 찾아와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4월부터 폭염으로 고통…인명 피해 잇따라
18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 등은 지난 주말 인도 최고기온이 42~45도에 달해 온열 진환으로 약 100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온열 질환에 취약한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뜨거운 햇빛에 장기간 노출돼 열사병과 탈수 증세 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인 우타르프라데시주는 한 병원에만 400명 넘는 환자들이 온열 질환으로 입원했다. 인도 당국은 환자 수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진 휴가 취소, 추가 병상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로 연평균 최고기온이 28도 내외인 네팔도 이른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독일 매체 DW은 16일 전했다. 네팔 기상청은 나왈푸르 등 일부 지역이 6월 이미 44도를 기록했으며 7월 중순까지 이러한 ‘살인적’ 폭염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뜨거운 날씨로 이미 논과 옥수수 밭이 피해를 입어 농부들은 ‘몬순’이 돌아와도 살아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세계기상기여(WWA)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4월 보였던 폭염은 200년에 한 번 일어날 기록적 사건이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 기상 전문가들, 입 모아 ‘비관적’ 전망
기상학자들은 ‘엘니뇨’를 고려했을 때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인 2016년보다 ‘더 뜨거운’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이번 달 들어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화돼 올해 6월 1~19일 세계 평균 기온이 역사상 최고치였던 1979년 6월 평균보다 1도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한 전문가는 지구온난화의 지속으로 평균기온이 2도 증가할 경우 체감온도를 높이는 ‘습한 폭염’이 지금보다 10배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WWA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심각한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이전보다 30% 증가했으며, 홍수와 가뭄 등으로 피해 입을 가능성도 이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