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과 리샹푸(李尙福) 국방부장 등 중국 시진핑 3기 내각의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자취를 감추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이 같은 중국의 상황에 주목하면서 “숙청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리 부장은 최근 몇 주 사이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 가진 안보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행사에서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서방 언론들은 리 부장이 부패 혐의로 경질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관측들을 내놓고 있다.
리 부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총애를 받은 인물로 친강 전 외교부장에 이어 최근 몇 달 사이 행방이 묘연해진 중국 국무위원이다.
직전까지 주미대사를 지낸 친 전 부장의 경우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을 맡은 이후 올해 6월부터 공개석상에서 종적을 감췄고 7월 면직되면서 왕이 전 부장이 다시 외교부장으로 복귀했다.
친 전 부장의 경질을 두고는 과거 주미대사 시절 불륜에 연루돼 미국에서 아이까지 낳았기 때문이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시 주석 측근들의 잇단 잠적에 CNN은 19일(현지시간) “리 부장과 친 전 부장은 모두 중국의 5대 국무위원 중 한 명으로 일반 장관보다 높은 내각의 고위직”이라며 “이들 두 고위 각료의 행보에 대한 투명성 결여는 중국의 정치모델이 서구 민주주의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고 강조해온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도 전했다.
드류 톰슨 싱가포르국립대 선임연구원은 CNN에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엄청난 정치적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시진핑과 직접 발탁한 가신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체제 내 통제 규칙과 규범이 없다는 것이 정치적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학대학원의 제임스 차 연구원은 “원하는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은 시 주석이 지닌 통제력의 정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며 “시진핑이 정치체제 전반을 개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때까지 이런 종류의 숙청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리 부장의 공백이 미·중 관계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대미 강경파인 리 부장은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 혐의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리 부장의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는 점을 미·중 간 군사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왔다. 이 때문에 리 부장이 실각하면 관계 개선 가능성도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CNN은 “리 부장이 국방부장직에서 해임된다면 두 초강대국 간의 고위급 군사대화를 재개하는 창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