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31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순항 미사일 파편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됐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VOA는 외교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사진에 미사일 엔진 덮개로 추정되는 철제 물체 위에 손으로 적은 듯한 ‘1025나’라는, 유성 펜으로 쓴 글씨가 보인다고 전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발사한 이 순항미사일은 예멘에서 약 1천500km 떨어진 요르단 남부 마안 지역에서 요르단 공군에 의해 요격됐다.
마안 지역 사막에서 미사일 본체와 엔진, 엔진 덮개 등이 분리된 상태로 발견됐으며 이중 엔진 덮개에 한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외교 소식통은 특히 ‘나’ 표기는 이란어나 아랍어 문자에 유사한 철자가 없어 한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미사일에 장착된 엔진이 과거 북한의 기술 지원으로 이란이 개발한 터보 제트엔진 ‘톨루(Tolou)-10’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란에 제공한 엔진 부품이 후티 반군 측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미사일이 예멘 후티 반군에 흘러 들어갔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예멘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지난 2017년 보고서에서 북한제 화성 5호 미사일의 복제본인 스커드 B 미사일 최소 90기가 예멘에 공급됐다고 밝혔다.
또 예멘 후티 반군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린 정황이 포착됐고 2015년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군사기지로 발사한 20여 발의 미사일도 북한제 스커드 미사일의 개량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가자 전쟁 이후 후티 반군이 사용한 미사일에서 북한의 ‘흔적’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할 당시 북한제 유탄발사기와 총류탄을 사용한 적이 있다.
VOA가 4일 입수한 사진에 북한의 대인살상용 유탄발사기인 F-7의 신관에 ‘비저-7류’, ‘시8-80-53’과 같은 한글이 적혀 있다.
전 세계에서 F-7과 같은 인명 살상용 유탄발사기를 만드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하마스가 사용했거나 현재 사용 중인 북한 무기를 1만여 개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