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무력 충돌로 사망한 양측 병력이 10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당국은 최소 49명의 자국 군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아제르바이잔 측은 50명의 병력이 숨졌다고 전했다.
앞서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전날 의회에 출석해 아제르바이잔 군의 야간 선제 공격으로 자국군 49명이 숨졌으며, 사상자를 최종 집계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 간 교전이 진행되면서 전날 집계되지 않았던 아제르바이잔 측 사망자가 더해지며 하루 사이에 사망자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경우에 따라 사망자 수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측은 무력 충돌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아르메니아 당국은 아제르바이잔 접경 지역 인근에서 아제르바이잔 측의 포격 공격을 받았으며, 아군은 아제르바이잔의 대규모 포격 도발에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 외무부는 아군의 포격은 아르메니아 군이 우리 군사기지에 지뢰를 심고 포격을 가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고 맞섰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옛 소련 구성국이다. 2020년 9월 양측 간 오랜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무력 충돌했다. 6600명 이상 사망한 뒤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2년 만에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분쟁이 다시 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은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양측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최근 양측 간 교전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며 “러시아 중재로 체결한 평화협정이 완벽하게 이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분쟁 해결을 위한 군사적 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다”며 “양측은 서로를 향한 적대적 군사행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양측 간 무력 충돌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구테흐스 총장이 양측이 긴장을 완화하고 최대한 자제하며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튀르키예(터키)는 아르메니아에게 교전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며 평화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아제르바이잔 외무장관과 통화 후 트위터를 통해 “아르메니아는 도발을 중단하고,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 협상과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앞서 파쉬냔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잇딴 통화를 통해 사태 해결을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하근 하탸투랸 아르메니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아르메니아 영토는 엄격하게 보존 받아야 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프랑스 대통령실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