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간 전시돼 있던 유명 화가의 추상화가 사실은 거꾸로 걸려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데일리미러가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의 칸딘스키와 더불어 추상화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네덜란드의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이 그린 ‘뉴욕 시티 I'(1941)는 갤러리에 전시되기 시작한 1945년 이후 77년간 꾸준하게 ‘거꾸로’ 걸려 있었다.
몬드리안의 뉴욕 시티 I은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파란색 테이프로 격자무늬를 그린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1945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처음 전시됐으며 현재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뉴욕 시티 I이 뒤집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사람은 해당 독일미술관 소속 큐레이터인 주자네 마이어뷰세르이다. 뉴욕 시티 I의 격자를 이루는 테이프의 굵기는 저마다 다른데, 주자네는 ‘보다 더 두꺼운 선’이 마치 밤하늘처럼 그림의 윗부분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자네는 작품을 면밀히 관찰한 이후 다른 큐레이터들과 이 사실을 공유·논의한 결과 작품이 뒤집혀 있었다는 사실을 100%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자네의 지적 외에도 작품이 잘못 걸려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들은 여럿 존재한다. 몬드리안이 그린 비슷한 형식의 다른 작품은 파리에 있는 미술관에 ‘굵은 선이 위로 가게’ 전시되어 있으며 몬드리안의 사망 이후 발간된 1944년 잡지에도 같은 작품이 굵은 선이 위로 간 채 등장했다.
주자네는 작품이 거꾸로 걸리게 된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림에 몬드리안의 서명이 없었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주자네는 뉴욕 시티 I이 지난 77년간 걸려 있던 방식 그대로 앞으로도 전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품에 변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주자네는 “작품을 구성하는 테이프는 이미 헐거워진 상태이고, 만약 작품을 뒤집는다면 중력에 의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미 지난 77년간의 전시가 작품의 일부가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