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에 위치한 한 유명 관광지에는 완벽한 ‘설정샷’을 제공하기 위한 수많은 소품이 마련되어 있다. 마을에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주민은 관광 상품으로 먹고사는 ‘전문 배우’들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달 29일 중국 푸젠성에 위치한 ‘가짜 마을’, 샤푸현에 대해 보도했다. 샤푸현은 얼핏 보기에는 정말이지 완벽한 ‘시골 마을’로 보인다. 방문객들은 탁 트인 수평선과 수많은 작물이 자라고 있는 농지, 목초지를 한가롭게 돌아다니는 소와 농부들, 마당을 퍼덕거리는 암탉들을 비롯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가짓수의 ‘시골 풍경’을 목도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샤푸현은 목가적인 사진을 촬영하러 오는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세워진 ‘기획 마을’이다. 마을을 돌아다니는 주민들은 대부분 전문 배우들이며, 고증을 맞춘 현실적인 소품들이 세심하게 배치돼 있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는 샤푸현의 아름다운 정경을 담은 수많은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샤푸현을 직접 다녀간 관광객들이 찍은 사진들인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가짜 농부와 어부 행세를 하고 있는 ‘전문 사진사’ 팀이 찍은 광고용 사진이다.
샤푸현은 김과 굴 등의 질 좋은 해산물로 유명했지만, 지난 몇 년간 극심한 흉작을 겪어 경제난에 빠졌다. 샤푸현을 관할하고 있는 중국 지방 정부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샤푸현을 ‘농촌 관광을 체험할 수 있는 목가적 해변 마을’로 재개발하고자 했다.
지방 정부의 계획은 다소 어그러진 형태로 성취됐다. 샤푸현은 농촌 관광 마을이 아닌,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면 SNS에서 뽐낼 수 있는 완벽한 설정샷을 얻을 수 있는 마을로 재탄생했다. ‘그물을 던지는 어부’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3달러(약 3700원)을, ‘전통 모자를 쓴 노잡이들이 탄 보트’ 사진은 30달러(약 3만 7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특별한 요구사항을 제시할 때마다 추가 요금이 붙는다. 마을을 덮은 신비로운 안개는 카메라 바깥쪽에서 짚에 불을 피워 만들어낸 연기이며, 마을을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동물들은 카메라를 보면 활발하게 행동하도록 전문적인 행동교육을 받았다.
웨이보에 올라온 사진만 보고 ‘꿈의 시골 마을’을 상상하며 샤푸현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기도 한다. 한 중국인 누리꾼은 “이 마을은 모든 게 다 가짜다. 가짜 어부들이 그물을 던지고, 가짜 농부들이 농사라고는 지어본 적 없는 소를 끌고 다닌다. 나를 비롯한 몇몇 관광객은 이 모든 것들이 진짜라고 생각하고 이곳을 방문했다. 완전히 속았다”라고 불평했다. 해당 누리꾼은 이어서 “더 심각한 문제는 샤푸현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사진을 올릴 때 이 모든 것이 ‘설정’이라는 것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안개 낀 숲속을 거니는 노인들의 모습은 한 폭의 영화 같았다. 물론 안개는 짚 더미에서 난 연기였지만 무슨 상관인가, 사진만 예쁘게 나오면 그만이다”라는 냉소적인 옹호를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