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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 고가 스포츠카 판매 증가 전통적인 대형 고급 세단은 부진
젊은 자산가들 고성능 SUV 선호 우루스·푸로산게 새로운 부의 상징
수입 럭셔리카 시장이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카 중심의 초고가 브랜드는 수요가 꾸준한 반면, 전통적인 대형 럭셔리 세단 브랜드는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의 올해 1월 수입차 등록 자료에 따르면, 람보르기니(58대)와 페라리(32대) 등 초고가 스포츠카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특히 람보르기니는 인기 모델 우루스를 앞세워 전년 대비 700%를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들 브랜드는 연간 생산량을 제한하는 희소성 전략을 통해 높은 프리미엄을 지키고 있다. 일부 모델은 한정판으로 출시해 부유층 사이에서는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부유층 소비자들이 대중적인 고급 세단보다는 차별화된 슈퍼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젊은 자산가들은 강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닌 스포츠카를 원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벤틀리(10대), 롤스로이스(7대) 등 전통적인 대형 럭셔리 세단 브랜드는 판매가 부진했다.
이들 브랜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23%, 2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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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대형 럭셔리 세단 판매 감소의 주 원인으로 ▲고금리로 인한 리스·할부 비용 증가 ▲전기차 시장 확대 ▲SUV 선호도 상승 등을 꼽는다. 특히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의 주 고객층이었던 50~60대 자산가들이 전통적인 대형 세단보다 전기차 기반의 하이퍼 럭셔리 모델이나 SUV로 옮겨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럭셔리카 시장의 SUV 선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애스턴마틴 DBX, 페라리 푸로산게 같은 고성능 SUV는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벤틀리 플라잉스퍼나 롤스로이스 팬텀이 대표적인 럭셔리 차량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고성능 SUV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젊은 고소득층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세단보다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강렬한 디자인을 가진 모델을 더 선호한다.
또 환경 규제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럭셔리 전기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역시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전통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전기차 시장의 변화 사이에서 확실히 자리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럭셔리카 시장의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층과 희소성 전략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지만, 기존 대형 럭셔리 세단 브랜드들은 전기차 및 SUV 시장 확대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소득층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따라 럭셔리카 시장도 큰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며 “벤틀리, 롤스로이스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