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어떻게 왜곡 되는가 (2) KBS가 보여준 모범사례 

언론이 기사를 왜곡하는 것은 정치권력이나 광고권력에 휘둘리거나 알아서 입맛을 맞추려는 소극적인 경우도 있지만 언론 스스로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매몰돼 당파적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팩트를 외면하거나 소위 ‘마사지’를 하는 경우다. 

최근 나타난 최악의 기사 왜곡사례 중 하나가 바로 KBS의 권언유착 오보 의혹사건이다.

KBS는 지난 7월 18일 뉴스 9에서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 보도 중 이정은 KBS 기자가 이동재 前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배경을 보도하면서 지난 2월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나눈 대화 녹취록이 스모킹 건이 됐다면서 녹취록 내용을 자체 CG와 함께 자막을 사용해서 보도했다. 

이 기사의 전체 맥락은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짜고 현 정권의 숨은 실세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의혹을 언론을 통해 확산시키려 했다는 것은 소위 검찰과 언론의 유착 즉, 검언유착의 대표적인 사례인양 보도가 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내세운 검찰개혁에 명분에 딱 들어맞는 맞춤형 보도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동재 기자측과 한동훈 前 지검장 측에서 허위 보도라며 KBS측을 고소했고, 다음날 KBS측이 이를 인정하고 사과를 해버린 것이다. KBS 스스로 이 보도가 허위 왜곡보도였음을 시인한 셈이었다.

이 사건으로 본질은 채널 A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이 아니라,  정권실세와 가까운 서울중앙지검과 권력과 MBC, KBS등의 언론이 유착했다는 이른바 검권언유착 의혹이 증폭됐다. 

허술한 팩트였거나 의도적으로 팩트를 마사지한 의혹마저 받고 있어 고의성이 다분한 기사왜곡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KBS는 지난 7월 18일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올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만나 나눈 대화 녹취록을 보도하면서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KBS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전했다.

현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윤석렬 검찰총장측 인사로 알려진 한 전 검사장에게는 치명적인 보도내용이었다. 하지만,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는 즉시 보도가 허위라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던 사건이다. 

 한 검사장은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이며 창작”이라며 KBS 보도 관계자들과 허위 정보를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이 전 기자 측 역시 해당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며 “총선이나 총장, 야당에 대한 언급 자체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KBS는 보도가 나간 다음날 저녁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오보였음을 시인했다. KBS 노동조합(1노조)과 KBS 공영노동조합(3노조)은 오보 사태와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양승동 사장과 책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한 전 검사장도 KBS 기자와 간부들을 상대로 5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정치적 당파성이 기댄 왜곡이나 허위 기사 보도가 일부 보수언론에만 국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언론학 교과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된다.<김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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