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KBS 정상화를 목적으로 만든 ‘진실과 미래 위원회'(진미위) 운영규정을 노조원 동의 없이 불리하게 변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동 전 KBS 사장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양형권)는 14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 전 사장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판단과 같이 양 전 사장이 취업규칙 불이익을 변경하는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유죄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진미위) 운영규정 13조는 취업규칙 근로자에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운영규정 제정 및 취업규칙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봤다.
진미위 운영규정 13조는 위원회가 ▲허위진술 등 조사를 방해한 자 ▲조사 불응 혹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자 ▲비밀준수의무를 위반한 자 ▲조사결과를 사전 공표하거나 누설한 자 등에 대해 사장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근로조건 변경에 관해 노조 청취만 하고 사내게시판 의견 적시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운영규정 변경에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사는 사내변호사나 외부 법무법인 요청 당시 논란이 될 특정 쟁점 관련 법률의견 요청을 할 뿐 이 사건 운영규정 전체의 법률규정을 든 것 같지는 않다”며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1심이 ‘이 사건 운영규정으로 공사 소속 근로자가 다수 징계처분을 받은 점’을 불리한 정상, ‘피고인이 제정 과정에서 나름 신중한 법률검토를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 것을 그대로 유지해 양 전 사장 항소를 기각했다.
양 전 사장은 2018년 KBS의 진미위 운영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노조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양 전 사장이 KBS 과반수 근로자의 의견청취 없이 취업규칙상 징계사유를 추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의 진미위 규칙을 개정한 것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진미위는 전 정권과 경영진 시절에 벌어진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한 사건들의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 마련을 하겠다며 지난 2018년 6월 출범해 10개월 간의 조사 후 활동을 종료했다.
1심은 “이 사건 운영규정은 공사 소속 근로자에게 적극 협력 의무를 부과하며 이를 위반하면 징계사유를 구하고 있어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며 “양 전 사장이 취업규칙 불이익을 변경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