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가족이 장차 핵전쟁이나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30만 달러를 들여 핵 방공호로 이사했다.
영국 데일리미러가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지아주 외곽에 거주 중이던 루빈 로메로 가족은 최근 이사를 결심했다. 로메로 가족이 원한 새집은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나 재난이 발생해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었다. 가장인 루빈은 처음에는 무인도를 통째로 구매해 온 가족이 이주하려 했지만, 이내 지하 핵 방공호에 마음이 끌렸다.
루빈은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핵 방공호의 실소유주들에게 연락해 방공호를 매각할 의사가 있는지 수소문했다. 루빈은 곧 30만 달러(약 4억 2700만 원)에 방공호를 팔겠다는 판매자를 찾을 수 있었다. 루빈은 방공호가 평범한 부동산 자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 것이 극히 어려웠다고 밝히며 부부의 모든 저축을 동원한 후에야 방공호를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4명의 아이와 부부로 구성된 로메로 가족은 6명 전원 방공호로 이사했다. 그들의 일상은 그렇게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루빈은 여전히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으며 아이들 또한 홈스쿨링을 통해 정규 교육을 이수 받고 있다.
다만 루빈은 방공호를 가족이 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나가는 과정은 꽤 고되고 긴 여정이 될 예정이라 밝혔다. 로메로 가족은 단순히 집을 드나들 때마다 매번 1.3톤에 달하는 방화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기중기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방공호는 전체 전력을 차단하거나 방공호를 외부와 단절시키는 기능들 또한 탑재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빈은 지하에서 방출되는 라돈 또한 골칫거리라고 고백했다. 라돈은 방사성 비활성 원소로, 라돈이 붕괴하며 방출하는 알파선에 피폭될 경우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루빈은 아직까지 방공호에서 검출되는 라돈의 양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주변인들은 루빈에게 방공호의 천장에 채광창 등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지만 루빈은 ‘어떤 전쟁으로부터도 안전한’ 벙커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핵 방공호로 이사 간 루빈 가족은 삭막한 방공호를 거주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영상들을 소셜미디어(SNS)에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