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한 행보에 나선 ‘한국 사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세액공제 배제 문제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호건 주지사는 9일 메릴랜드 주지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코트라 주최 워싱턴 특파원 공동 인터뷰에서 IRA와 관련, “주지사로서 워싱턴에서의 결정과는 관련이 없다”라면서도 “일부 친구들의 요청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려 행정부와 접촉했다”라고 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전기차를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의 경우 매출에 타격을 입으리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호건 주지사는 “우리는 메릴랜드에서 더 많은 전기차 사용을 장려하려 세액공제를 추진해 왔다”라며 “이 분야는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또 다른 부분”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호건 주지사는 지난 4월에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이른바 ‘철강 232조’ 문제 해결을 이해 한국 정부와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당시 합의에 따라 고율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쿼터제를 적용 받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당시 행보와 관련해 “이는 단지 메릴랜드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었다”라며 “불공정하다고 생각했고, 우리는 이들 상품이 실제로 필요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곳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장벽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철강 232조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을 두고는 “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 그들 관점에서 이 문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달 말로 예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방한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호건 주지사의 배우자는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로, 이 때문에 그의 별명은 ‘한국 사위’가 됐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한국산 진단 키트 수입 행보로 알려졌고, 매년 주 청사에서 태권도의 날 선포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한국에 애정을 드러내 왔다.
이날 인터뷰가 이뤄지는 내내, 호건 주지사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특히 인터뷰 자리에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받은 대통령 시계를 착용하고 나오기도 했다. 그는 취재진이 대통령 시계를 알아보자 “알아봐 줘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코로나19 기간 워싱턴DC의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국인이 아닌 이에게 수여하는 최고 민간인 수훈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월 호건 주지사에게 국권 신장 및 우방 친선에 공헌한 이에게 주는 최고 수교 훈장 광화장을 전했다.
호건 주지사는 “나는 목에 거는 멋진 메달과 대통령이 주는 이 훌륭한 시계를 받았다”라며 “이 시계를 착용하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 나는 온종일 리본을 목에 걸고자 하지는 않지만, 이 시계는 찬다”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한국산 랩지노미스 진단 키트 구매 과정에 관한 설명도 이뤄졌다. 호건 주지사는 “팬데믹 기간 우리 주의 영웅이 되어준 한국 국민과 랩지노믹스에 감사하고 싶다”라며 “한국은 당시 (코로나19) 검사에서 정말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누구든 검사를 원한다면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은 미국의 어떤 주지사도 (충분한) 검사기를 보유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 연락했다”라고 설명했다.
호건 주지사는 “우리는 한국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내 배우자는 한국에서 왔고, 미국 역사상 첫 한국계 미국인 (주) 퍼스트레이디”라며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 사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관계를 기반으로 대사관 등과 접촉해 진단 키트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 과정에서 몇 주의 협상을 거쳤다며 “(한국과는) 13시간의 시차가 있다. 내 배우자가 어둠 속에서 한국말로 밤새도록 대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를 ‘오랜 우정의 작전’이라고 부른다”라며 “이는 한국과 메릴랜드의 유대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실제 진단 키트 수령 과정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한국 여객기가 볼티모어 워싱턴 국제공항으로 오게 해야 했다. 그들(한국 여객기)은 (통상) 그곳으로 오지 않는다. 그들은 버지니아 덜레스 공항으로 온다”라며 “우리는 활주로에서 그들을 맞이했다”라고 했다.
호건 주지사는 당시 메릴랜드주방위군·주경찰과 함께 여객기를 맞이하던 순간을 회고, “나는 모든 조종사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생명을 구할 50만 개의 검사 키트를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할 때 우리 주에 가져다준 점에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메릴랜드주로의 한국 기업 투자 유치 홍보에도 열정을 보였다. 호건 주지사는 “우리는 미국을 향한 훌륭한 세계 관문”이라며 “우리는 국가의 수도를 둘러싸고 있고, 동부 해안의 심장부에 있으며, 미국 전역에서 최고 수준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보유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메릴랜드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국립보건원(NIH), 국립암센터 등 본부가 있다. 호건 주지사는 아울러 메릴랜드주 내에 다수 생명과학 기업 및 숙련된 관련 종사자들이 있다며 한국과도 관련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15년 주지사로서 첫 한국 방문 당시 바이오헬스 등 생명과학 분야에 주목했다며 “이는 이미 일부 결실을 맺었고, (한국과) 이 관계를 계속 더 강화하고 싶다”라고 열의를 드러냈다. 메릴랜드 투자 한국 기업에 대한 연착륙 지원 및 인센티브 등도 거론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방한 기간 한국에 메릴랜드주 사무소 개소를 발표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에 16개의 무역사무소를 보유했고, (한국 사무소는) 한국과의 우리 관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호건 주지사는 이번 방한 기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정계 고위 관계자 및 기업 관계자 등과 만나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갈등을 넘어 평화로: 공존과 협력’을 주제로 열리는 제주포럼에도 연사로 참석한다.
호건 주지사는 윤 대통령과의 만남과 관련, “신임 대통령을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 나는 이전 대통령들과도 만날 기회가 있었다”라고 했다. 또 “공식적인 의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한국과 함께한 역사와 미래 협력을 계속할 방법을 논할 기회”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 방문 기간 경제·무역을 비롯해 문화·외교 분야에서도 다양한 만남이 이뤄지리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대규모 무역 대표단을 꾸렸다”라며 “한국 정부가 우리와 우리 기업 공동체를 환영한다는 점에 신이 난다”라고 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와 함께 “훌륭한 한국 음식도 먹게 될 것”이라며 “나는 모든 종류의 (한국 음식을) 사랑한다. 김치, 돼지불고기 등 많은 것을 먹으리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내 배우자는 훌륭한 요리사”라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내 2024년 대선 잠룡으로도 꼽힌다. 특히 그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각을 세우며 자신 노선 구축에 힘써 왔다.
그는 이날 대선 인터뷰에서 2024년 대선 관련 질문에는 “내가 출마를 고려하도록 독려하는 이들이 많다”라면서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 배우자와 가족이 때가 되면 결정을 내리는 데 관여해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