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대부터 30년 이상 건전 재정, 보수적 사회관, 강력한 국가 안보를 표방해 왔다.
그러나 NYT·시에나대 여론 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들 다수가 이들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유권자의 3분의 1 정도만 동성 결혼 문제와 복지, 세계 미국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 보수주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세 가지 어젠더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4년 재선에 출마하면서 제시한 것으로 레이건의 세 다리 의자에 상응하는 내용들이다.
오늘날의 공화당과 보수주의는 트럼프의 보수적 포퓰리즘으로 설명된다. 무역, 이민, 복지, 대외정책에 대해 공화당 과반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공화당 내 분열이 심각해졌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에 당선하면서 옛 공화당 노선을 뒤집었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고 미국 우선 외교정책을 선호했다. 부채 감소를 위해 복지 지출을 줄이자는 다른 후보들의 정책에 반대했다. 그의 유세는 이민, 범죄, 정치적 올바름 등이 주된 의제이며 낙태와 동성 결혼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 레이건 시대 세 다리 의자 이념을 지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반대한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 역시 다른 공화당 유권자들과 같은 비율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다. 덕분에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 중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유력한 선두 주자다.
전통적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지지가 높은 점은 트럼프가 공화당을 장악했다고 해서 보수주의 아젠다가 모두 폐기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실제로 트럼프는 여전히 감세를 주장하고 오바마 케이(의료보장)를 뒤집으려 하고 낙태 금지 논란을 일으킨 판결을 한 대법원 판사를 임명했다.
트럼프는 사회적 보수주의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동성결혼과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중도 및 온건 보수주의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들이 지지가 트럼프의 대외 정책 및 복지 정책에 반대하는 전통 보수주의자들의 반대를 상쇄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때 제기한 무역 및 이민, 고립주의 외교, 복지 중시 등의 사안을 두고 공화당 지지자들이 분열돼 있다. 트럼프의 보수주의 포퓰리즘을 지지하는 유권자들과 레이건과 부시의 전통 보수주의자들과 대립하는 것이다. 자유 무역과 이민 확대 개혁이 레이건-부시 시대 이념과 반드시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은 트럼프의 입장과 들어맞는다.
트럼프의 무역, 이민, 복지, 외교정책을 지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트럼프에 표를 몰아주고 있다. 트럼프 입장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반대한다. 그러나 지지 진영이 반대 진영보다 숫자가 훨씬 많다.
다만 트럼프의 어젠더를 지지해 트럼프에 충성하는 것보다는 트럼프에 대한 충성이 트럼프 주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이 크다.
어찌 됐든 현재의 공화당에는 정책이나 이데올로기적으로 트럼프에 도전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공화당내 상당수가 트럼프에 반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주의에 대한 전면 공격은 성공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