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대학에서 팬데믹 이후 학점 상승세, 이른바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면서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이 C. 페어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2023학년도 예일대 학부생에게 부여된 전체 학점의 약 79%가 A 또는 A-였다고 전했다.
예일대의 A와 A- 학점 비율은 수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2010~2011학년도에는 전체 성적의 67%가, 2018~2019학년도에는 73%가 A학점대에 속했다.
A학점대 비율은 팬데믹 기간에 급증했다. 2021~2022년에는 예일대 학생 성적의 거의 82%가 A학점대에 해당됐다.
평균 평점도 상승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일대의 지난해 평균 평점은 4.0 만점 기준 3.7로 2013~2014년 3.6에 비해 상승했다. 2013년 발표된 학점 인플레이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1998~1999년 예일대의 평균 평점은 3.42였다.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과 교수는 “거의 모든 과제에 ‘우수하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A학점을 주는 것은 학생들에게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더 이상 B학점이 좋은 성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학점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며 “이러한 추세가 성적의 의미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팬데믹 이후 급격한 성적 상승 현상은 예일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버드대에서는 2020~2021학년도에 학부생이 받은 전체 학점의 79%가 A 또는 A-였다. 10년 전에는 이 수치가 60%였다. 또 2020~2021학년도의 평균 평점은 3.8로 2002~2003학년도의 3.41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아만다 클레이보 하버드대 학부 교육학장은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학생들은 본질적으로 강의실 안에서는 구별될 수 없기 때문에 교실 밖에서 자신을 차별화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해 줄 전공 외 수업이나 활동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생들에게 하버드대에서 B+를 받은 학생들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졸업생들의 성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몇 예일대 학생들은 학점 인플레이션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들은 자신의 학위가 낮게 평가되거나 고용주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알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예일대의 한 3학년 학생은 “예일대와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학점 인플레이션이 있다는 평판을 얻기 시작하면 이미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압박감을 느끼고 있던 학생들은 자신의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