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대도시 가운데 뉴욕시의 버스가 무임승차 비율이 가장 높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주중 뉴욕시 버스 승객 200만 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무임승차를 한다. 이 때문에 뉴욕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이 심각한 예산 압박을 받는다.
전 세계 최악의 무임승차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 버스 무임승차 비율은 5명 중 1명꼴이었다.
뉴욕시 당국은 버스보다는 지하철 무임승차를 줄이는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올해 1/4분기 동안 지하철의 무임승차 비율은 14%인데 비해 버스의 무임승차 비율은 48%에 달했다. 지하철 승객은 버스의 약 2배 정도다.
무임승차가 늘어남에 따라 MTA는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2022년 버스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3억1500만 달러(약 4188억 원)에 달했으며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은 2억8500만 달러(약 3789억 원)에 달했다.
버스 승객 가운데 무임승차가 많은 이유는 요금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하철과 버스 요금은 1회 탑승에 2.9 달러(약 3856 원)이다. 지하철과 달리 버스가 요금을 내지 않고 탑승하기 쉬운 점도 지적된다. 또 버스 노선이 적고 교통체증이 심해 버스가 느리고 신뢰할 만한 교통수단이 되지 못하는 점도 무임승차 비율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그밖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몇 달 동안 버스 요금을 받지 않았던 일도 무임승차가 증가한 원인이다.
팬데믹 이전에도 버스 무임승차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2018년 뉴욕의 버스 무임승차 비율이 18%인데 비해 파리는 11%였고 토론토는 5%였으며 무임승차가 적발되면 1000 달러(약 133만 원)의 벌금을 물리는 런던의 경우 1.5%였다.
뉴욕시는 버스 운전자의 안전과 저소득층의 이동 보장 문제 때문에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지 못한다. 2019년 버스에 경찰관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격렬한 반발이 일었다. 이에 따라 MTA는 일부 노선에만 비무장 경비원을 태워 요금 징수를 시도하고 있다.
버스 운전자 노동조합은 운전자가 공격 당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무임승차 승객을 비난하지 말라고 권유한다. 2008년 브루클린에서 운전자가 무임승차 청소년에게 요금을 내라고 요구하다가 흉기에 찔려 숨진 일도 있다.
버스 무임승차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다. 요금을 내는 승객들은 무임승차를 방치하는데 분노한다. 그러나 약자 대변 단체들은 버스 승객들 가운데 노인과 빈곤층 이용자 비율이 높은 점을 들어 요금 징수 강화가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의 이동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반대한다.
진보 단체들은 MTA가 학교나 경찰처럼 세금으로 버스 노선을 운영해 요금을 받지 말자고 주장한다. 2017년 뉴욕 맨해튼의 검찰청이 무임승차 승객에 대한 소추를 하지 말도록 지시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무임승차로 인한 MTA의 적자가 계속 큰 폭으로 늘면서 2028년에는 약 10억 달러(약 1조329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팬데믹 이전 MTA는 전체 예산의 42%를 요금 징수로 충당했다.
지난 6월 뉴욕 주정부가 뉴욕시의 혼잡통행세 부과를 금지하면서 MTA는 150억 달러(약 19조9425억 원)의 수입원을 잃었다. 이에 따라 요금 징수를 늘리지 않으면 100년이 넘은 지하철 보수가 힘들어지게 된다.
결국 요금 징수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매우 어려운 과제다. 무임승차의 심리를 연구한 그레이엄 큐리 호주 모나시대 교수는 “요금 징수원은 체포권한도 없고 공격당할 때 보호받지도 못한다. 뉴욕의 경우 특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