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 법무부와 검찰 등 사법 당국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미국내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을 잇따르고 있다.
처벌 수위도 높은데다 적용 범위도 넓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학자, 중국 반체제 운동가, 전직 상원의원까지 줄줄이 FARA 위반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전직 보좌관인 린다 쑨(40)과 남편 크리스 후(41)가 지난 3일 FARA 위반, 비자 사기, 돈세탁 등 혐의로 연방검찰에 체포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쑨은 중국 측의 요청을 받고 대만 정부 관리들과 호컬 주지사 등 미국 정계 인사들의 만남을 여러 차례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쑨은 또 뉴욕의 고위 정치인의 중국 방문을 주선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21일 뉴욕 검찰은 중국에서 귀화한 반체제활동가 탕위안쥔(67)을 FARA 위반과 연방수사국(FBI) 수사에서 거짓말을 한 혐의 등으로 체포해 뉴욕연방법원에 기소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탕은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공산당의 일당 지배에 반대해 수감된 두 2002년께 대만으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다.
그는 미등록 요원으로 민주주의 옹호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중국 국가안전부(MSS)에 반체제 인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고, FBI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최고 20년의 징역형도 선고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체제 인사에 대한 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귀화한 중국인 왕슈쥔(76)은 지난달 6일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앞은 뉴욕 브루클린 법원은 7월 29일 외국 정보기관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왕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미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왕이 미국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배신하고 중국에 관련 정보를 넘겼다며 FARA 위반과 수사기관에 거짓말 혐의 등으로 2022년 5월 기소했다.
지난달 16일 기소된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이자 전직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한국학 선임연구원의 혐의 중에도 FARA 위반이 적용됐다.
왕슈쥔이 6일 간첩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후 뉴욕 브루클린의 연방 법원 밖에 서있다. (사진 RFA 캡처) 2024.09.13. *재판매 및 DB 금지
FARA, 정부 회사 개인 모두에 광범위하게 적용
FARA는 나치 독일의 미국 내 선전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1938년에 제정됐다.
‘외국대리인등록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외국의 이익을 위한 로비나 기타 활동을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절차에 따라 미 법무부에 등록하고 투명하게 활동하라는 취지다.
‘대리인’으로 등록한 사람이 이익을 대변하는 주체는 외국 정부만이 아니라 조직 또는 개인도 포함된다. 대상국도 적성국 뿐 아니라 수미 테리 경우처럼 동맹국도 가리지 않는다.
‘대리인’의 범위도 미국에서 활동하는 개인이나 단체, 기업 등을 포괄한다.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외국 정부 등과의 관계, 활동 내역, 경비나 보상 등을 미 법무부에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신고를 해야 하는 활동의 내용도 미국의 정책이나 외국 정부나 정당의 이익에 관하여 미 연방정부나 미국의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노력이 해당된다.
이는 전통적인 로비행위부터 기업의 대중 캠페인, 투자나 관광객 유치 등 광범위하다.
미국 국적 재미교포가 친분 있는 한국 정당인의 요청을 받아 미국 정치인과의 만남을 주선한다거나, 미국 국적 언론인이 한국 고향 지자체의 부탁을 받아 한국 관광을 홍보해 준다거나 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소속인 밥 메넨데스 전 상원 외교위원장을 FARA 규정에 따라 등록하지 않고 이집트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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