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 LA에 약 700명의 해병대 병력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LA에서 벌어진 불법 이민 단속 항의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 차원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병력 투입이 민간 치안에 나서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가 주 방위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해병대 1개 대대를 임시 임무로 투입한다”며, “반란진압법(Insurrection Act) 발동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법은 연방군이 주 정부의 동의 없이도 민간 질서 유지를 위해 배치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다.
미군이 국내 치안 유지 목적에 직접 투입된 사례는 2001년 9·11 테러나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 한정돼왔다. LA 지역에 국군 병력이 전면 투입된 것은 1992년 인종차별 시위로 촉발된 LA폭동 이후 33년 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에도 시위 진압을 위한 군 병력 투입을 검토한 바 있다.
이번 군 배치는 이민자 문제를 둘러싼 연방과 주 정부 간의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의 병력 투입은 불법 행위이며, 주 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뉴섬 주지사를 향한 체포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수위를 높였다.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이 “이민법 집행을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든 체포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트럼프는 “내가 톰이라면 뉴섬을 체포했을 것”이라며 동조했다. 이어 “개빈은 홍보 효과 때문에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이 정말 좋은 일이 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발언은 LA의 캐런 배스 시장과 뉴섬 주지사 같은 현직 민주당 정치인의 체포 가능성까지 언급한 초유의 사례로, 미국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당 측은 “헌법 체계를 파괴하는 폭거”라고 반발하며, “트럼프의 이같은 권위주의적 행보가 내전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치적 위기와 사회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2028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