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를 비롯한 지역에서 이민 단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 시민권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체포·추방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위법 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는 정부 회계감사국(GAO)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연방 이민 정책의 헌법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GAO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ICE는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미국 시민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 674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최소 121명이 이민자 수용시설에 구금됐으며, 70명은 미국 밖으로 실제 추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였음에도, 단속 과정에서 불체자 취급을 받았다.
해당 사실은 이민전문 매체 ‘마이그런트 인사이더’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매체는 “단순한 행정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명백한 인권 침해이자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ICE는 시민권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자의적 권한으로 사람들을 체포하고 억류했으며, 이 과정에서 법적 보호 절차조차 무시됐다”고 보도했다.
GAO는 보고서에서 “ICE는 자사 요원들이 미국 시민일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 규모로 단속을 벌이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연방 기관이 자국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내부 통제와 기록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단속 피해자 중 상당수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계 미국인이었으며, 이름이나 억양, 외모 등을 근거로 시민권 여부가 부정확하게 판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수 주간 억류된 뒤에야 변호사를 통해 석방됐고, 일부는 항의할 기회도 없이 추방 비행기에 태워졌다.
이번 보고서 공개는 최근 남가주 지역에서 연방 요원들의 무차별 단속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나왔다. 단속 대상이 아닌 시민권자들조차 연행되고, ICE 요원들이 신분을 숨긴 채 복면을 쓰고 작전을 벌이는 등 헌법적 권리와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이민자 인권 변호사들은 “이민 단속이라는 이름으로 연방 정부가 시민권자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LA 지역에서는 이번 주말 항의 시위도 예고된 상황이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