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론 머스크가 운영하던 미 정부효율화부(DOGE)가 미 연방 정부의 지출 2만9000건을 삭감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미 연방 정부의 지출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DOGE가 크게 삭감했다고 주장한 많은 항목들이 실제로는 삭감되지 않았으며 실제 삭감한 소액들은 대부분 해외 원조 수혜자와 미국 소기업들, 지역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충격을 안겼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DOGE가 공개한 ‘취소된 계약과 보조금’ 목록을 보면, 가장 큰 13건이 모두 허위다.
DOGE는 국방부의 정보기술 계약과 항공기 정비 계약을 종료해 78억 달러를 절감했다고 주장하지만 두 건의 계약은 여전히 살아 있고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절감액은 회계 착시에 불과한 것이다.
이 2건의 거짓 항목을 합한 절감 규모가 DOGE가 절감했다고 주장한 2만5000건의 총액보다 많다.
DOGE가 가장 크게 절감했다고 주장하는 40건 가운데 실제로 줄인 것은 12건 뿐이다.
DOGE는 올해 초 몇 달 동안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며 연방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공무원들을 쫓아냈다.
당시 DOGE는 실제 삭감과 거짓 삭감을 뒤섞어 성과라고 주장해 둘 사이를 차이를 가려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DOGE가 실제 예산을 줄이는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예산 절감을 한다고 내세우기 위한 눈속임 역할을 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DOGE가 실제 절감한 항목보다는 절감했다고 허위로 주장한 항목들이 훨씬 더 규모가 컸고 사례도 더 많다. 또 오류와 과장의 사례도 너무나 많다.
결과적으로 DOGE는 예산 삭감 목표를 향해 진전이 있음을 과시했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약속들을 정반대로 뒤집어 놓는 일이 더 많았다.
머스크는 DOGE가 “정부에서 역대 가장 투명한 조직”이 될 것이고, 기술 업계의 정밀함을 정부로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DOGE는 지금 불투명의 대명사처럼 됐다.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오류, 가림처리(redaction; 문서의 특정 내용을 가리거나 삭제해 공개하지 않는 처리), 민간 기업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못할 난해한 회계 처리로 가리고 있다.
DOGE 직원 일부가 아직 정부에서 일하고 있으나 주로 기술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더 이상 예산을 감축하는 일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DOGE가 해고한 연방 공무원들과 보조금을 잃은 수혜자들이 겪는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DOGE가 성과를 기록하던 웹사이트, 이른바 “영수증 게시판”(DOGE가 ‘절감 성과’라며 계약·보조금 취소 내역을 게시해 둔 페이지)은 지난 10월4일 이후 업데이트된 내용이 없다.
지난 5월 DOGE를 떠난 머스크는 이달 들어 DOGE의 전 대변인이었던 케이티 밀러와 인터뷰를 하면서 DOGE가 지출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신 내 회사 일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액 과장의 실체
“영수증 게시판”에 올라온 가장 큰 항목 40건에 대해 연방 기록을 살핀 결과 최소 28건에서 DOGE의 주장이 틀렸다.
오류의 유형들은 다음과 같다.
중복 계산. DOGE는 에너지부 보조금 하나를 취소한 공을 중복해 강조해 5억 달러가 추가로 절감된 것으로 표시했다.
시점 오류. DOGE가 종료시켰다고 주장한 계약중 하나가 DOGE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종료한 것이다.
또 다른 3건은 단순히 기간이 끝나서 종료된 것이었다. 그중 하나가 무보험자를 위한 무료 코로나19 검사를 제공하던 약국들과 맺은 계약이다. 이를 포함한 3건의 계약은 최대 122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122억 달러의 예산이 지출된 적이 없었고 지난 5월 원래 예정대로 종료했다.
그런데도 DOGE는 자신들이 그걸 삭감했다고 주장하면서 60억 달러를 절감한 것으로 내세웠다.
분류 오류. DOGE가 종료했다고 주장한 프로그램 7개는 실제로는 죽지 않았고, 그중 4개는 법원 판결로 되살아났다.
과장. 16건에서 DOGE는 삭감액을 크게 부풀렸다. 2건의 대형 국방부 계약을 포함해 많은 사례가 회계 꼼수로 절감을 가장한 것들이다.
DOGE는 계약의 이론적 상한액을 줄이기만 했을 뿐 실제 지출을 줄이지는 않았다.
DOGE는 국제개발처(USAID)의 계약 1건을 취소해 3억1200만 달러를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액센추어와 맺은 기술 계약이었다.
DOGE는 정부가 총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부풀렸다. 실제로는 총액이 지급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그랬다.
국방부가 CACI라는 회사와 맺은 10년짜리 정보기술 계약도 지출 상한을 57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줄여놓았을 뿐 실제 절감한 예산은 없었다.
CACI는 실제로 국방부와 10년 계약을 통해 받을 돈을 2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DOGE의 영수증 게시판에 있던 많은 오류들이 뒤에 지워진 사례들도 있다.
DOGE는 첫 절감 목록을 공개하면서 국토안보부가 맺은 계약 80억 달러를 절감한 것으로 밝혔다. 그러나 실제 절감된 계약의 총액은 800만 달러였다. 착오였음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면서 게시판에서 삭제된 항목이다.
애당초 머스크는 연방 예산 삭감 권한을 가진 적이 없다. 예산 삭감 권한은 의회가 가진다.
DOGE가 출범한 뒤 의회가 실제로 예산 삭감을 위해 통과시킨 법은 단 1건이다. 해외 원조를 삭감하고 공영방송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DOGE는 의료, 사회보장, 연방 정부 부채 이자 등 연방 예산 항목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계속 증가하는 항목들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실제 삭감이 가져온 고통
DOGE가 실제 삭감한 결과 사무실이 닫히고 프로그램이 취소된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삭감된 자금에 의존하던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은 매우 파괴적이다.
DOGE는 USAID의 대부분 계약과 보조금을 삭감했고 직원들을 대부분을 해고했다.
그 결과 플랜 인터내셔널 USA이라는 단체에 지급되던 13개 보조금 사업이 끝났다. 에티오피아 식량 원조, 네팔에서 조혼과 강제 결혼을 막기 위해 소녀들을 중학교에 다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이 갑작스럽게 종료했다.
영수증 게시판’에 오른 절감액은 1170만 달러에 불과했다.
DOGE가 삭감했다고 주장하는 항목들중 비교적 적은 예산이 들어간 이들 프로그램들이 폐지되면서 일으킨 혼란은 엄청났다. 소기업과 지역 사회에는 적은 예산만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 계약을 추적하는 회사 ‘펄스 오브 거브콘’의 리사 셰이 먼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건 작은 숫자들이다.”
DOGE는 수많은 소액 예산 항목들을 삭감했지만 삭감 규모가 너무 적은 탓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큰 삭감 항목’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계약을 종료했다.
그러나 당초 예정된 지출을 실제로 삭감한 규모는 최근 몇 년보다 많아야 수십억 달러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