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사회에서 종교 이탈은 예외적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보편적 경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가운데 약 35%는 어린 시절 종교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56%는 여전히 어린 시절 종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체 성인의 9%는 어린 시절부터 종교가 없었고 현재도 무종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퓨리서치는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세대 교체와 함께 지속되는 구조적 변화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 시절 종교를 떠난 미국인들이 제시한 이유는 냉정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어린 시절 종교를 가졌으나 이를 떠난 응답자 가운데 46%는 해당 종교의 가르침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됐다고 답했다.
또 38%는 종교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으며, 같은 비율인 38%는 특별한 계기나 갈등 없이 시간이 지나며 점점 멀어졌다고 응답했다.
퓨리서치는 이 결과가 종교 이탈이 반드시 극적인 결단의 결과라기보다, 신앙의 설득력 상실과 삶의 우선순위 변화, 그리고 장기적인 거리감 누적의 결과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인 교회 현장에서도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남가주를 비롯한 미 전역 한인 교회들에서는 주일학교를 사실상 유지하기 힘든 곳이 늘고 있으며, 청년부와 청년 예배 인원 역시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교회가 다음 세대에게 신앙을 전달해온 핵심 통로였던 주일학교와 청년 사역이 약화되면서, 어린 시절 종교가 자연스럽게 성인 신앙으로 이어지는 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세·3세 한인 청년들 사이에서는 교회 출석이 더 이상 가족 문화나 관습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교회 출석은 개인의 선택이 됐고, 그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의미와 설득력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어린 시절 종교는 성인이 되면서 쉽게 이탈의 대상이 된다.
이는 퓨리서치 보고서에서 종교를 떠난 이유로 ‘삶에서 중요하지 않게 됐다’거나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는 응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결과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어린 시절 종교를 떠난 뒤 무종교인이 된 이른바 ‘넌즈(nones)’의 인식 역시 주목된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이들 다수는 종교 없이도 도덕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종교적 소속 없이도 개인적 영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교회 출석과 신앙을 동일시해온 기존 종교 구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퓨리서치는 종교 정체성 유지 여부에 있어 어린 시절 종교 경험의 질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어린 시절 종교 경험이 긍정적일수록 성인이 된 이후에도 종교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고, 부모의 종교적 실천과 대화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성인의 약 29%는 무종교로 분류된다. 이는 종교가 더 이상 자동적으로 계승되는 정체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인 교회에서 나타나는 주일학교 공백과 청년 예배 감소는 미국 사회 전반의 종교 이탈 흐름이 이미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번 퓨리서치센터 보고서는 종교를 떠나는 현상이 단순히 믿음의 상실 때문 만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김상목 기자 sangmokk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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