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시큐리티 재정 고갈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고소득 은퇴자의 연금 수령액을 부부 기준 연간 10만 달러로 제한하자는 개편안이 제기돼 찬반 논란이 뜨겁다.
워싱턴 DC 소재 초당파 싱크탱크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는 지난 24일 발표한 백서에서 이른바 ‘6자리 수 상한제(Six Figure Limit)’를 제안했다. 정상 은퇴 연령(67세)에 퇴직하는 부부의 연간 수령액을 10만 달러로, 1인 은퇴자는 5만 달러로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최고 부자들을 위한 제한”… CRFB 논리
마크 골드웨인 CRFB 선임 정책국장은 “이미 수백만, 수천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상한”이라고 강조했다. 소셜 시큐리티는 193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빈곤한 노후에 맞선 안전망”으로 도입한 제도인 만큼, 최고 부유층에게까지 혜택을 무한정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2026년 현재 70세에 은퇴하는 개인의 월 최대 수령액은 5,181달러, 연간으로는 6만 2,172달러다. 부부 둘 다 최고 소득 기준으로 67세에 은퇴할 경우에만 연간 10만 1,000달러를 수령할 수 있어, 상한제 적용 대상은 실제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수령 시기에 따라 상한액도 달라진다. 62세 조기 은퇴 부부는 7만 달러, 70세까지 수령을 미룬 부부는 12만 4천 달러가 상한선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조정될 수 있다. CRFB는 이 방안이 시행 방식에 따라 10년간 최대 1,000억~1,9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 편집위원회도 이 제안을 지지하며 “현재 소셜 시큐리티 혜택의 3분의 1이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 은퇴자에게 돌아간다”며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의 최고 부유층에게 정부 지원을 더 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AARP “약속 위반”… 은퇴 옹호단체 즉각 반발
그러나 은퇴자 권익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최대 은퇴자 단체 AARP의 제니 존스 부회장은 “소셜 시큐리티 상한을 논하는 제안들은 의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신탁기금에 납입한 모든 미국인이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모니크 모리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수령액 상한제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일축하며 “정말 효과 있는 해법은 모든 소득에 동일한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PI는 현재 18만 4,500달러 초과 소득에 대해 소셜 시큐리티 세금을 면제하는 ‘납부 상한(payroll tax cap)’을 폐지할 경우 재정 적자의 4분의 3까지 해소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2032년 기금 고갈… 방치하면 28% 일괄 삭감
전문가들이 해법 논쟁을 벌이는 사이, 소셜 시큐리티 신탁기금은 2032년 말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금이 소진되면 법률에 따라 전체 수령액이 자동으로 28% 일괄 삭감된다. 뱅크레이트의 마크 햄릭 선임 경제분석가는 이번 제안에 대해 “미국 전역의 가정과 최고위 정책 결정 수준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논의를 여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골드웨인 국장은 “세수 확충도 검토해야 하지만, 수입 측면만으로는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며 상한제는 종합적 개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셜 시큐리티 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막 본격화됐다. 어떤 방식이든 결국 의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워싱턴 정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