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최고 명문대학 9곳을 상대로 외국인 연구인력 비자 사기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칼텍과 스탠퍼드, UC 데이비스 등 캘리포니아 대학 3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으며, 연방정부는 이미 소환장을 발부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LA타임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JD 밴스 부통령은 8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 주요 대학들이 J-1 교환방문 비자를 남용해 외국인 연구인력을 저임금으로 고용하고 미국인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 대상은 칼텍, 스탠퍼드, UC 데이비스, 하버드, 예일, 매사추세츠공대(MIT), 브라운대, 피츠버그대, 애리조나주립대 등 9곳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들 대학의 연방 지원 연구사업에서 J-1 비자 활용 비율이 약 61%로, 전국 평균 38%를 크게 웃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인 대학원생과 연구원이 J-1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연구원보다 연간 약 2만 달러를 더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학들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외국인 비자를 이용해 미국인 연구원들의 임금을 낮추는 행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방 노동부 감찰관 앤서니 데스포지토는 이미 조사 대상 대학들에 소환장이 발부됐다고 확인했다. 조사에서는 대학들이 외국인 연구원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노동 관련 법규를 위반했는지, 연방 연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데스포지토는 특히 중국이 미국 대학의 연구 성과와 첨단 기술에 접근하기 위해 외국인 연구인력을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미국 대학이 비용을 아끼려고 법을 어기면서 미국의 연구 성과를 외국의 적대 세력에 노출한다면 그것은 학문적 우수성이 아니라 기관 차원의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외국인 연구인력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비자 사기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연방정부가 제시한 61%와 38%의 통계가 어떤 기준으로 산출됐는지도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J-1 비자는 외국인 학생과 교수, 박사후 연구원 등이 미국에서 일정 기간 연구와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교환방문 비자로, 미국 대학의 과학·공학·의학 연구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J-1 비자를 포함한 모든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며 연방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 측은 비자 소지 연구원들에게도 관련 상황을 안내했다.
하버드와 MIT 등도 소환장을 받았거나 관련 문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조사 대상 대학들의 비자 사기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등 주요 기술기업의 외국인 전문직 채용 및 영주권 신청 절차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것과 맞물려 있다. 외국인 전문인력 규제가 첨단 기술기업에서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해외 우수 연구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국 대학들의 인력 확보와 연구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과학·공학·보건 분야 박사후 연구원의 약 60%가 임시 비자 소지자라는 국립과학재단(NSF) 통계도 있어, 외국인 연구인력의 높은 비율을 곧바로 불법 고용의 증거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매체 STAT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이번 조사 대상 선정의 근거가 된 통계 산출 방식과 구체적인 위법 정황을 아직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
또 MIT는 미국 정부가 J-1 비자 소지자들을 사전에 심사해 입국을 승인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 연구인력 유치가 미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