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마요르카 팔마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라이언에어 여객기에서 화재경보 오작동으로 대피 소동이 벌어져 승객 18명이 다쳤다. 다행히 실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6일(현지 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새벽 발생했다. 맨체스터로 향할 예정이던 비행기는 이륙 전 큰 폭발음과 유사한 소리가 들렸고, 승무원들은 “지금 당장 대피하라”고 외쳤다.
승객 다니엘 켈리(56)는 “승무원이 통로를 달리며 모두 내리라고 소리쳤다. 테러가 난 줄 알고 딸의 손을 잡고 비행기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당시 승무원들은 ‘비행기가 폭발할 수 있으니 짐을 두고 가라’고 지시해 승객들의 공포감이 커졌다.
앞쪽 문에는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가 설치됐지만, 중간 좌석에 있던 승객들은 비행기 날개 위로 올라가 5.5m(약 18피트) 아래 활주로로 뛰어내려야 했다.
조종사나 객실 승무원들의 안내 방송은 없었다. 문이 열리자 승객들은 혼란 속에 날개 위로 나가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켈리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콘크리트 바닥에 뛰어내리는 순간 다쳤다는 걸 알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와중에 승무원들이 항공기에서 떨어지라고 압박해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오른쪽 발뒤꿈치가 부러지고, 왼쪽 손목이 골절되며 팔꿈치도 부서져 세 차례 수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승객 프랜신 엘킨슨(57)도 오른발이 심하게 부러져 3시간 수술을 받았고,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여성 승객은 골반 두 곳이 골절되고 허리뼈가 부러져 최소 3개월간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승객들은 “승무원들이 공포만 조장하고, 탈출 절차나 안전한 대피 방법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승무원이 ‘최선을 다했다’고만 했다. 아무도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고, 각자 살기 위해 탈출하는 아수라장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번 사고로 18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6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중에는 승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항공사 측은 부상자들을 직접 찾아오지 않았고, 대신 대체 귀국 항공편과 4파운드(약 7000원) 상당의 ‘모욕적인 수준의’ 식사권만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언에어 측은 “화재경보의 오작동으로 이륙을 중단하고 승객들을 하차시켰다”며 “하차 과정에서 일부 승객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승무원들이 즉시 의료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항공편을 신속히 마련했다”며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