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기록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기 사용량 증가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MMBtu(100만 영국 열량단위) 당 8.007달러로 이달 들어서 48%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지난달 초 텍사스의 천연가스 수출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MMBtu 당 9.32달러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발전용과 제조용 연료가 1년 전 가격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유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희망을 품게 했지만, 8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록적인 폭염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전기 생산에 드는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비료,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유리 등 제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 가스관 공급 중단 압박으로 유럽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재고가 감소하면서 급등했다. 천연가스 추출 시설들은 수요 증가에도 생산량을 증가시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6월 초 수출 시설 화재로 해외로 가는 천연가스가 국내 재고로 남을 것이란 예상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염이 모든 것을 바꿨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EBW애널리틱스의 일라이 루빈 선임 분석가는 “수출 시설 화재로 수요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더운 날씨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모든 지역에서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에 따른 수요 증가로 겨울을 나기 위한 연료 저장이 어려워지면 겨울철 난방용 가스가 필요할 때 가격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주 미국 에너지정보국(EIA)는 천연가스 재고량이 지난 5년 평균보다 12% 낮았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석탄이 여름철 천연가스 수요를 대체했지만 미국은 2010년 이후 석탄 화력 발전 시설을 3분의 1 가량 폐쇄했다. 이에 따라 과거 천연가스 대신 석탄을 사용하곤 했던 전력회사들은 지금은 그처럼 대체하기 어렵다. 더구나 석탄 가격 또한 공급량 감소로 1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올랐다.
아울러 미국 서부지역의 가뭄으로 수력발전 용량도 줄어드면서 전력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EIA는 가뭄이 지속되면 캘리포니아의 수력발전량이 정상 생산량의 절반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전력 사용량이 최고로 많은 시기를 넘기기 위해 대기 발전소들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시설들이 효율이 낮아 새 발전소 보다 두 배나 많은 가스를 소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루빈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점점 비효율적인 발전소에 의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