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치솟던 세계 식량 가격이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 봉쇄 해제에 합의하고, 주요 곡물 생산국 수확이 원활하게 진행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54.2포인트(p)) 대비 8.6% 하락한 140.9p를 기록했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동향(95개)을 조사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발표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식량가격지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급격히 치솟아 지난 3월 역대 최고치(159.7p)를 찍은 뒤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6월까지는 전년 동월(125.3p) 대비 23.1% 상승하고,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63.5%나 치솟는 등 하락세가 주춤했다. 7월에는 5개 품목군의 가격지수가 모두 하락하며 2008년 10월 이후 전월 대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특히 곡물과 유지류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곡물 가격지수는 지난 6월(166.3p) 대비 11.5% 하락한 147.3p를 기록했다.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 봉쇄 해제 합의, 북반구 수확 진행 등의 영향으로 크게 하락하며 전체적인 곡물 가격 하락을 견인했다. 옥수수 역시 같은 요인이 작용했으며, 쌀은 주요 수출국의 환율 변동 등의 영향을 받았다.
유지류 지수는 전월(211.8p) 대비 19.2% 하락한 171.1p로 나타났다. 팜유는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의 공급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됐고, 대두유는 수요가 저조했다. 유채씨유는 신규 수확량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육류 지수는 다소 하락 폭이 작았다. 전월(124.6p)보다 0.5% 수준 감소하는 데 그쳤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가격이 내려갔지만 가금육은 수입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북반구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영향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설탕은 전월(117.3p)보다 3.8% 하락한 112.8p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 침체 전망에 따른 설탕 수요 저하 우려와 브라질에서 기존 예상치보다 설탕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 업계와 주요 곡물 등의 재고와 시장동향을 점검하고, 국내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 중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주요 수출국 작황 개선과 미국 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저하 가능성, 유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6월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대비 가격이 하향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