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은 석유회사들에게 ‘횡재세(windfall tax)’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전쟁 시기에 역사적인 이익을 얻은 회사는 임원들과 주주들의 욕심을 넘어 행동할 책임이 있다. 그들의 이익은 횡재”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회사들이 얻은 이익을 소비자를 돕기 위해 가격 인하를 촉구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초과 이익에 대해 가산세를 부과하고 다른 제한 사항에 직면하도록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석유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는데 이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중간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지지율이 흔들리면서 석유회사에게 휘발유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압박해왔다. 그는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석유회사들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석유회사들은 지난 3분기 막대한 수익을 냈다.
미국 석유 기업 엑손모빌은 올 3분기에 197억달러(약 28조원)의 수익을 올려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셰브런도 3분기에 112억달러(약 15조9160억원), 셸은 94억5000만달러(약 13조4300억원)의 수익을 각각 올렸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6월 갤런당 전국 평균 5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갤런당 평균 6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 갤런당 평균 가격은 3.76달러로 내려왔다.
월스트리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에서 지난 몇 달 동안 대통령과 참모들이 석유회사에 횡재세 과세 방안을 검토해왔다.
민주당 내 진보 성향의 의원들은 2015~2019년 원유 평균 가격과 현재 평균 가격 차이에 5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올해 초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공화당이 반대를 하고 있어 의회에서 횡재세가 실제로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이나 하원에서 중 하나라도 다수를 차지하면 법안 통과는 더 힘들어진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원도 양당이 비등한 상황이다.
석유업계는 횡재세 도입 검토에 즉각 반발했다.
마이크 소머스 미국석유협회(API) 회장은 “세계 상품 시장이 가격을 정한다. 석유회사가 가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세금 인상 반대로 새로운 생산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