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들이 유럽 에너지주를 사들이고 있다고 8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에너지주가 크게 오른 반면 유럽 에너지주는 여전히 싸다는 판단이다.
FT는 “유럽 석유 메이저와 미국 석유 메이저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보통 유럽에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높은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뛰었다. 하지만 지역별로 차이는 있다. S&P500 에너지 섹터 지수는 올해 53% 상승한 반면 유럽 스톡스 600 에너지 섹터 지수는 18% 오르는 데 그쳤다.
FT는 이런 추세가 일부 유럽 펀드매니저들이 환경적인 이유로 석유 기업들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블랙록의 토니 드스피리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럽의 펀드 매니저들보다 미국은 에너지 투자에 더 순응한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유가가 폭락하며 저조한 실적을 이어오다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엑손모빌은 지난 2020년 순손실을 보고했으나 올해 3분기에는 기록적인 196억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기업들이 여전히 경제 악화, 횡재세와 같은 정치적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청정에너지 사업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엔버러스의 앤드루 길릭 에너지부문 분석가는 “투자자들이 ‘당신들은 풍력발전소가 아니라 석유 생산에 능숙하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에게는 셸과 BP(브리티시퍼트롤리엄)가 무엇을 원하는 지 불명확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부 유럽 자산운용사는 ESG(친환경·사회적 책임 이행·지배구조 개선) 기준에 따라 석유 기업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프레드 프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에서도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긴 하지만 “유럽의 주주 기반이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덜 우호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