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새해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습니다. 그런데 새해를 맞이하는 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 본격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경제 여건이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힘 입어 고공 성장했던 IT·게임업계도 새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맬 채비를 하고 있다.
“어디서든 일한다”라는 키워드 아래 호기롭게 도입했던 재택(원격) 근무제는 재검토되고 있다.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던 업체 대부분 전면 출근제로 전환했다. 또 불필요한 사업들은 가감없이 ‘매각’하고 감원 칼바람도 불고 있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선수를 쳤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1만명 정리해고에 나섰고, 메타는 1만1000명 이상 직원을 구조조정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머스크는 전체 직원 절반 규모인 3700명을 해고했다.
◆”다시 출근합시다”…다시 회사 나오라는 기업들
IT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던 ‘재택 근무’는 코로나19가 확산세가 가라앉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팬데믹 이전으로 출근제를 복귀시키는 추세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구직자들 사이에서 재택근무 수요가 여전히 높지만 기업들은 사무실 출근을 원하면서 노사간 ‘거대한 부조화(The great mismatch)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고용시장이 서서히 냉각되어 가는 가운데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구직자들 사이에서 재택근무 수요는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구직사이트 링크드인은 최근 제출된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약 50%는 재택근무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냈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전체 일자리 가운데 15%에 불과했다.

랜드 가야드 링크드인 경제 및 국제 고용시장 책임자는 “과거 노사간 일자리 미스매치는 주로 기술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제 우리는 다른 종류의 불일치를 목격하고 있다”며 “구직자들은 고용주들이 선호하지 않는 재택근무 같은 특정한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 출근 일자리의 경우 지원자 1명당 2개의 채용 공고를 찾을 수 있지만, 반대로 재택근무직의 경우 일자리 1개당 2명의 실질 지원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택근무 일자리와 사무실 출근 일자리의 공급 격차가 4배에 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구직사이트인 몬스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9~10월 재택근무를 찾는 구직자수는 약 21% 증가했지만 재택근무 희망자를 찾는 일자리는 6% 가량 감소했다.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을 원하지만 재택근무 일자리에 대한 구직자의 수요를 억누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노동자의 약 18%에 해당하는 2800만명이 재택근무를 했다. 코로나19 이전에 재택근무를 하는 노동자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재택근무 일자리 감소는 고용시장 변화의 첫 번째 징후이자 가장 눈에 띄는 징후라고 WP는 설명했다.
미국 실업률은 3.7%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준은 2023년 실업률이 4.4%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는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구직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링크트인은 이달 들어 구직자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적으로 22% 더 많은 일자리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리쿠르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무실과 다른 곳에 사는 직원을 재택근무 방식으로 고용하고 사무실 근처에 사는 직원들에게는 출근하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여러 분야에서 기술 투자, 사무실 공간 축소 등 재택근무를 위한 장기적 전환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