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 순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합병의 심사 국 중 한 곳인 영국이 합병기한을 3월말로 연장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는 2차 심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각국의 잇단 제동에 순조로운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 항공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로이터통신은 9일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시장 지배력 우려로 EU의 전면적인 반독점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7일 예비 심사가 끝난 뒤 4개월간 추가 조사를 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1월 EU와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했다. 이후 사전 심사를 거쳐 올해 1월 13일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월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2월 17일까지 양사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결합 신고서가 제출되면 EU는 35일 안에 1단계 심사를 끝내야 한다. 이 심사에서는 시장 경쟁 제한성과 독점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한다. 이와 함께 해당 기업은 신고서를 제출한 뒤 20일 이내에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자체 시정 방안을 EU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EU가 이 1단계 심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합병을 곧바로 승인한다. 하지만 시정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2차 심사에 돌입한다. 로이터가 언급한 4개월간 추가 조사는 2단계 기업결합 심사를 뜻한다는 해석이다.
2단계 심사는 최대 130일이 소요되는데, 여기서도 결합 승인을 받지 못하면 인수합병 자체가 무산된다.
오는 17일 유럽연합이 2차 심사를 공식화하면 대한항공은 일부 노선 슬롯을 경쟁사에 내놓는 등 시장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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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EU가 밝힌 1차 심사 기한 전이라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2차 심사 관련해서는 통보받은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당초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양사 합병은 영국 등 각국 경쟁당국의 거듭된 심사로 지체되는 모습이다. 단적으로 영국 시장경쟁청(CMA)은 지난 1월 26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제출한 시정 조치안의 승인 기한을 오는 3월23일로 연장했다.
지난해 11월 시정 조치안을 수용할 당시만 해도 영국 경쟁당국 심사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빨리 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CMA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심사 결과가 늦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주요 14개국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현재 양사 합병은 10개국 승인은 모두 받은 상태다. 임의 신고국가인 영국과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4개국은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어느 한 국가의 경쟁당국이라도 합병 불허를 결정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합병(M&A)은 끝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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