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소속 조종사 노조가 오는 24일부터 무기한 파업 돌입을 예고하며 여름 휴가철 항공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차 준법투쟁으로 국제선 항공편 결항이 현실화한 만큼 파업에 돌입하면 무더기 결항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05년 파업 때와 달리 항공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최소한의 인력을 유지하며 파업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2차 쟁위행위에 돌입했고, 오는 24일부터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필수공익사업장 유지 비율 안에서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6일에는 국제선 왕복 항공편이 처음 결항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 3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는 OZ731편과 낮 12시5분(현지시간) 호찌민에서 출발하는 OZ732 귀국편이 조종사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비행에 나서지 못했다.
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를 본격화 한 지난달 7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결항 및 지연 상황을 살펴보면 국내선 10편, 국제선 2편이 결항됐고, 국제선과 국내선 56편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로 인해 항공기 결항과 지연이 적지 않게 발생한 만큼 오는 24일부터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여름철 휴가 기간에 무더기 결항, 지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올해의 경우 2005년 항공대란과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005년 아시아나항공은 25일간의 파업을 진행해 2328편의 운항차질, 여객 1304억원, 화물 966억원 등 모두 227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관련업계 피해액 2000억원(당시 아시아나항공 추산)을 합치면 피해규모는 4000억원으로 껑충 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액에도 노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당시정부는 긴급조정권을 발동, 파업을 중지시켰다.
올해의 경우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조종사 파업으로 인한 파급력이 수천억원의 재산피해는 물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낀 당시 정부는 2006년 12월 필수공익사업에 항공운수사업을 추가했다.
항공사의 경우 필수유지 업무 비율에 따라 파업 참여 대신 국제선 80%, 제주 노선 70%, 국내선 50% 이상 필수조종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2005년 대비 파업에 따른 파급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대체 조종사 확보 여부에 따라 국제선 20%, 제주 노선 30%, 국내선 50% 등 일부 운항 노선에 대한 항공권, 스케줄에 대한 재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조짐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단독으로 파업이 진행되는 것도 2005년과 다른 양상이다. 양대 항공사의 연대 파업이 진행됐던 2005년에는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 운항이 적어 양대 항공사 조종사들의 파업은 파급력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장거리 노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연대 파업에 나서지 않는 데다 단거리 노선에선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수 있는 LCC 노선이 많아 여름철 항공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중론이다.
그러나 이렇다고 해서 고객들의 불편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필수공익사업장에 항공사가 추가된 만큼 파업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예매가 완료된 항공권과 노선 스케줄 변경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편함은 가중될 수 있다”며 “파업을 강행하면 노조가 휴가철 고객을 볼모로 제 몫 챙기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사측과 원만한 타결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이 조종사 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원유석 대표이사가 팀장을 맡고 있는 조종사 노조 쟁의행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모든 예약 상황을 분석해 항공 스케줄 조정과 감편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