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는 정유기업 엑손모빌이 수십 년에 걸쳐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해 대중을 기만했다면서 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3일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소송은) 엑손모빌이 환경과 대중을 위협하는 사기적 관행을 종식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재활용이 플라스틱 폐기물·오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중을 속여왔다”면서 “그들은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엑손모빌은 지구와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을 외면하고 기록적인 이익을 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실제로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품은 기술적 또는 경제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데도 엑손모빌은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거짓으로 홍보했다”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오염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급 재활용'(advanced recycling)이라는 것을 내세워 대중을 계속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학적 재활용이라고도 불리는 ‘고급 재활용’은 많은 석유기업들이 홍보하고 있는 기술이지만, 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계획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타 법무장관은 엑손모빌의 이같은 메시지로 인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구매하고 사용하게 됐다면서, 엑손모빌이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민사상 벌금 등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법무부는 플라스틱 폐기물 위기와 관련, 엑손모빌에 대해 2년 간의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 조사에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문서가 발견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엑손모빌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가스 기업이자, 플라스틱 식기·병과 포장재 등에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재료인 폴리머의 세계 최대 생산기업이다.
기후변화, 대기오염과 관련해 석유·가스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늘어나고 있지만,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해 화석연료 기업 상대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엑손모빌 측은 이번 소송에 반발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캘리포니아주가 수십 년 동안 비효율적인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또 ‘고급 재활용’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재활용할 수 없었던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진정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스틱은 사실상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의 약 9%만 재활용되고 있으며, 미국에선 이보다 더 낮은 약 5~6%만이 재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