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인공지능(AI) 열풍의 막대한 전력 수요 충족 등을 위해 화석 연료에 눈을 돌리면서 미국에선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붐이 정점을 찍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후대응목표가 위기에 빠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엔버러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에는 최대 80개의 가스 화력 발전소가 새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는 노르웨이의 전력 시스템 규모와 같은 수준인 46기가와트의 발전 용량을 추가하는 것으로, 지난 5년 동안 추가된 것보다 약 20% 더 많은 것이다.
이런 발전 용량 급증은 2035년까지 탄소 오염이 없는 전력망을 100% 달성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대응목표를 위태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환경단체 클린에어태스크포스(CATF)의 아몬드 코헨 대표는 “천연가스가 탈탄소 에너지 시스템에서 역할을 하려면 배출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은 계속 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미국의 가스 발전소는 지난해 1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4% 증가한 수치이자 사상 최고치다.
또 엔버러스가 조사한 건설 예정 가스발전소들 중 탄소 포집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2년부터 새 시설은 이 기술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규칙을 폐기하거나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 용량 증가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사 우드맥켄지와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향후 5년 간 미국의 전체 발전 용량 증가가 지난 5년 간의 증가 대비 35%와 66% 증가할 것이라고 각각 전망했다.
이런 미국에서의 가스 발전 붐은 미국이 AI 개발을 위해 중국과 경쟁하고, 최근 수십 년 간 아시아에 빼앗긴 제조업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값싼 전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전력공급업체 엔터지는 메타의 100억 달러 규모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총 2.3기가와트 규모의 가스 발전소 3개를 건설하는 32억 달러 규모의 계획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이 데이터센터는 기술기업의 데이터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싱크탱크 그리드스트래티지스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소비량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2029년까지 16% 더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향후 3년 간 3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미 전역에서 청정에너지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지만, 재생에너지는 아직 많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엔터지의 전력 개발 부사장 맷 불핏은 “기존의 재생 에너지로는 이런 종류의 부하(load)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