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 ‘오락가락’ 관세정책에 미국발 관세 충격 우려가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7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
한미 환율협상 원화절상 압박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해 시장 개입이 제한적인 당국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종가(1375.6원) 대비 6.6원 떨어진 1369.0원으로 개장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7일(1364.5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낮은 최저 개장 환율이다.
지난주 야간거래 기준 이미 주요국 중 두번째로 크게 절상한 원화가 이번주에도 강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국과 미국이 환율 협상을 실무 단계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원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에 원화가 강세 압력을 받았다. 지난 14일 한미 환율 협의 소식에 1420원대에서 1390.8원까지 순식간에 밀린 데 이어 시장의 우려가 지속돼 원화 강세가 이어진 것이다.
정부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원화 강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미 환율 협상과 관련 “양국은 외환시장 운영 원칙 및 환율 정책에 대해 상호간의 이해를 공유하고 다양한 협의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이 이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전혀 없으며 협의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미국이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국은 시장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는 조치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후 위안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관세 효과가 상쇄되자 2019년 8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공식적으로 협의가 이뤄진 게 아니어도 이런(원화 절상) 요구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선호도가 떨어진다”며 “우리나라로서는 환율보고서 발표 전에 외환시장 개입을 최대한 안 해야겠다, 직접·간접 개입을 자제하자는 생각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미국 관세정책은 각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잦은 변경이 일어나고 있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변수도 커졌다. 원화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 수출기업들은 관세 피해에 수출경쟁력 약화까지 이중고를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원화 강세, 달러 약세가 심해질 경우 우리 수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올라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7월 8일까지 합의를 마쳐야 하는 ‘줄라이 패키지’ 마련에도 변수가 산재한 만큼 우리 정부가 탄탄한 논리를 갖고 환율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2019년 환율조작국 지정 사례와 향후 한·미 통상 협의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향후 한·미 통상 협의 과정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 등에 따른 부정적 경제충격과 불확실성 확대가 유발하는 단기적 원화 약세 효과를 부각하는 한편 원화의 장기 절하 추세를 설명하는 근거 논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