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소고기 값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스테이크 가격은 16.6%, 간 소고기 가격은 13%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달걀(27%), 커피(21%)에 이어 상승 폭이 세 번째로 큰 품목이다.
캔자스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올해 육류 가격 상승률은 다른 식료품군을 크게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단일한 원인보다 여러 요인이 겹쳐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한다.
가장 큰 이유는 소 개체 수의 감소다. 2025년 1월 기준 미국의 소와 송아지 마릿수는 8,670만 마리로 195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비자 수요는 여전히 강세다.
서부 지역에서 2020년부터 이어진 가뭄은 사료값을 끌어올렸고, 목장들은 결국 사육 규모를 줄였다. 멕시코산 소고기 수입 중단도 공급에 타격을 줬다. 멕시코 소 떼에서 살을 파먹는 기생충이 발견되면서 미국이 수입을 막은 것이다.

텍사스 리처드슨 팜스의 짐 리처드슨은 “파운드당 가격을 1달러 정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도축 비용도 크게 올라 목장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관세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방농업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과 캐나다로의 수출은 여전히 강세지만 중국으로의 판매는 2024년 대비 32%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막힌 물량을 내수로 돌릴 수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기 어렵다고 본다. 가을철이 되면 바비큐 수요가 줄어들며 소비가 잠시 주춤하곤 하지만, 공급 구조상의 근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대 농업경제학과 브렌다 보텔 교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여전히 소고기를 사들이는 점이 놀랍다”며 “앞으로 최소 1년은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방농업국도 “이처럼 기록적인 고가에도 소 사육 농가의 이익은 여전히 얇다”며 “수요가 줄어야 가격이 내려가는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꺾이지 않는 한 현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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