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를 얻고자 돈을 내는 시대가 됐다. 그동안 기업이 채용 업체에 비용을 부담하고 인재 추천을 요청했으나, 이제는 구직자가 돈을 내고 일자리를 소개받는 ‘역채용(reverse recruiting)’이 미국에서 떠오르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니엘 베하라노(36)는 지난해 역채용 서비스 ‘리퍼(Refer)’에 가입했다. 리퍼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은 그에게 플랫폼 엔지니어를 구하던 자원봉사관리 회사 임원을 소개했다.
베하라노는 여러 차례 면접 끝에 합격했고, 첫 월급의 20%를 리퍼에 지불했다. 그는 “채용 관리 시스템 속 수많은 지원자 사이에서 가려지지 않았다”며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리퍼의 하루 평균 신규 구직자 수는 지난해 8월 10명에서 최근 약 50명으로 늘었다. 약 2000개 기업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가 업체도 있다. 구직자에게 약 1500달러를 받는 리버스 리크루팅 에이전스는 매주 최대 100건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다.
동남아시아에 15명 직원을 고용해 구인 정보를 찾고, AI는 지원자인 척 기업 담당자에게 이력서를 제출한다. 창업자 신카로프스키는 “시간이 없고, 두려워하고, 실직 상태에서 마지막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역채용 서비스는 사무직 구직난이 심화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실업자 수가 구인 규모를 넘어섰다. 12월 기준 평균 구직 기간은 약 6개월에 달한다.
이를 두고 WSJ은 “채용 업체들이 기업보다 구직자를 공략하는 편이 더 승산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최근 아마존·다우·UPS 등 대기업 출신 인력 수천 명도 구직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역채용 운영 방식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취업에 성공하면 급여 일부를 받는 식이다. 이력서 검토·자문을 넘어 구직자를 대신에 직접 지원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안드레 함라 리퍼 최고경영자(CEO)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당신이 곧 상품이 된다”며 “(이런 시스템이) 우리가 그 사람을 돕게끔 동기부여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구직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맞지 않고, 많은 역채용 업체가 택하는 대량 지원 방식의 성공률은 낮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헤드헌팅 기업 퍼플 골드 파트너스의 공동 창립자 켄 조던은 “구직자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며 “지원 사이트 로그인 정보 등 개인 정보를 누가 관리할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 기업이 구직자들에게 경력 코칭이나 이력서 검토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 같은 역채용은 드물었다”며 “최근 역채용이 늘고 문의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넷플릭스에서 해고된 션 콜(42)은 역모집 사이트에서 이력서 수정 등 2주간 50곳에 지원하는 데 약 400달러를 냈다. 그러나 면접으로 이어진 곳이 없었고,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역채용 시장에 뛰어들지 고민 중이다.
K-News LA 편집부 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