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구찌 등이 판매 부진과 주가 급락에 시달리면서 글로벌 명품업계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흔들리지 않던 초고가 명품 시장마저 소비 둔화의 충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뉴욕포스트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업체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의 모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40% 급락했다. 구찌를 보유한 케어링 역시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
특히 에르메스의 추락은 명품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에르메스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도 고소득층의 꾸준한 소비와 제품의 희소성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 온 대표적인 브랜드다.
그러나 지난 22일 발표한 에르메스의 3분기 매출은 41억 유로로, 환율 변동을 제외하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인 5.2%를 밑돌았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약 6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의류와 액세서리 부문 매출은 2% 감소했다. 반면 버킨백과 켈리백 등을 생산하는 가죽제품 부문은 10.8% 성장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에르메스의 에릭 뒤 알구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시장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인정했다.
명품업계의 위기는 에르메스에 그치지 않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LVMH와 에르메스의 3분기 매출은 각각 2% 감소했으며, 케어링은 1% 줄었다. 특히 구찌의 매출은 6% 감소하면서 명품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수치는 각 기업이 발표한 환율 조정 매출 증가율과는 집계 기준이 다르다.
명품업계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국 소비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지목된다.
중국 소비자들은 전 세계 명품 구매의 약 20%를 차지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악화로 고가 제품 구매를 줄이고 있다.
미국 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명품 관련 신용카드 소비는 지난 9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뉴욕포스트는 9월 명품 신용카드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줄었다고 전했다.
에르메스의 대표 상품인 버킨백의 희소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로이터가 지난 21일 보도한 명품 재판매 시장 분석에 따르면 인기 모델인 버킨 25의 중고 거래 가격은 한때 정가의 2.6배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약 1.7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모델은 최고점 대비 약 6,000달러 하락했다.
온라인 중고 명품 시장에 버킨백 공급이 늘어나면서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희소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명품업계 전체가 동일한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까르띠에 등 고급 보석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의 회복이 지연되고 미국 소비까지 둔화할 경우 명품업계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때 가격을 올릴수록 더 잘 팔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글로벌 명품업계가 이제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