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보다 겨울철에 감기나 독감에 더 잘 걸린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상식’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물어본다면 어떨까. 기껏해야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은 ‘추워서’ 정도일 것이다. ‘추운 것’과 ‘감기 바이러스’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데도 말이다. 미국 의료계는 이러한 상식적인 현상이 도대체 어째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명해냈다. 원인은 바로 추위로 인해 낮아진 콧속 온도였다.
CNN은 6일 미국 의료계가 마침내 ‘겨울에 감기에 걸리는 이유’를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감기와 독감은 겨울철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름 감기가 더 독하다’라는 속설처럼, 감기 바이러스 자체는 겨울 뿐 아니라 사시사철 우리 몸속으로 침범하려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겨울에 감기와 독감 환자가 늘어나는 것일까, 미국 의료계는 그 원인이 추위로 인해 차가워진 ‘코’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버드 의대 부교수 벤저민 블레이어 박사는 “추위는 감기 바이러스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콧속에 있는 수십억 개의 바이러스 퇴치 세포를 없애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블레이어 박사는 온도가 5도만 낮아져도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세포의 50%가 죽어버린다고 밝혔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체내로 침투하기 위해 주로 인간의 코를 통로로 이용한다. 블레이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간의 코가 코 앞쪽으로 침입한 바이러스를 즉시 감지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코에 서식하는 바이러스 퇴치 세포들은 바이러스 감지 이후 ‘EV’라고 불리는 복제 세포를 수십억 개 양산한다. 엄청나게 불어난 EV 세포들은 바이러스에 들러붙어 점액 형태로 배출한다.
블레이어 박사는 바이러스 공격을 탐지한 퇴치 세포들의 EV 생성이 160% 증가한 것을 관측했으며 각 EV 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20배 많은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엄청나게 끈적거린다고 밝혔다. 블레이어 박사는 EV 세포가 일반 세포보다 13배나 많은 ‘바이러스 킬러’ 핵산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리어 박사는 이러한 코의 능력을 ‘인체의 초능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겨울의 추위가 이러한 ‘초능력’을 어떻게 무력화시키는지 밝혀내기 위해 연구 참가자 4명을 4.4도 공기에 15분간 노출시켰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코의 내부 온도가 5도 떨어지는 것을 관측했다. 블레이어 박사는 “이러한 급격한 온도 하락은 코의 면역 시스템을 완전히 무력화하기에 충분한 환경 변화이다”라고 말했다.
블레이어 박사는 온도가 떨어진 직후 퇴치 세포들의 핵산 수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수용체 또한 70% 감소해 훨씬 덜 끈적거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해당 수치 변화가 전반적인 면역 능력 또한 절반 수준으로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감기와 독감,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콧속 온도를 높이는 것’이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꾸준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발견이라 자평했다. 블레어 박사는 이후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코가 바이러스가 들어왔다고 착각하게 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