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성별에 따라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성 차이가 잘 고려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의학이 연구 단계에서부터 남성 위주로 진행되면서 이 같은 차이가 무시되는 관행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독일 일간지 벨트는 25일 “코로나는 성 차이가 확실히 드러나는 질병에 속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0년 이미 여성은 남성보다 더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있었다. 미국 연구진은 “코로나 부작용의 4분의 3은 여성에게 나타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반면 사망률의 경우 여성보다 남성이 1.7배 높았다.
자비네 외르텔트프리기오네 빌레펠트대학교 의대 교수는 “코로나에 관한 병원 연구에서 성 차이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국적의 연구원들과 함께 외르텔트프리기오네 교수가 4400개 이상의 팬데믹 관련 논문을 연구한 결과 4%의 논문만이 성별에 따라 데이터를 분류해 정리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저널에 공개했다.
벨트는 “여성의 질병은 남성과 다른데 여성의 질병은 간과되거나 잘못된 치료가 적용된다”며 ‘옌틀 신드롬’을 소개했다.
옌틀 신드롬은 30년 전에 미국 심장학 전문의 버나딘 힐리가 ‘예시바 소년, 옌틀’이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창안한 개념으로, 여성과 남성이 의학에서 동일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 속 옌틀은 원래 성별이 여성이지만 종교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남장을 한다. 힐리는 여성 심장병 환자들이 남성 환자들처럼 잘 치료받기 위해서는 옌틀과 같아져야 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벨트지는 이어 “여성과 남성은 서로 다른 고통을 겪고 감염이나 약에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다”며 “예컨대 남성보다 여성이 알약을 소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약 복용시 성인은 성별과 관계없이 똑같은 지시를 받는다. 이는 때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벨트지는 “심장 약 개발을 위해 등록된 독일 연구의 88%가 성 차이에 따른 부작용을 따로 분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간에게 실험을 거치기 전에 하는 동물실험에서도 주로 수컷 쥐들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예일대학교 연구팀은 2002년 디곡신이라는 심장약이 남성에게서만 올바른 효과를 내고 여성의 경우에는 수명을 단축시킴을 입증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라는 류마티즘 치료제는 특히 여성에게 위험한 심장 부정맥를 불러일으킨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코로나에도 쓰인다.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 사회의학·역학·보건경제학 연구소 소속 내과 전문의 우테 젤란트 박사는 “백신의 부작용이 구분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젤란트 박사는 이어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강한 면역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오래전에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백신과 의약품에서 성별과 나이에 따라 복용이 조정되는 것은 드문 현상”이라며 “수년 전부터 유효성분 개발시 성별에 따라 용량반응곡선이 나뉘어져 작성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