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 생활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말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을 비롯해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 뇌 기능 손상 등 언어발달 지연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 최소 만 3세 이전에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는 영유아 발달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코로나19 시기를 겪은 만 0세~5세 영유아 542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영유아 발달 실태 조사(2022년 5월~11월)’를 실시한 결과 언어·정서·인지·사회성 등 전 분야에서 정상적인 발달을 보이고 있는 아동은 약 52%(237명)에 그쳤다. 특히 가정양육 영유아 3명 중 1명은 언어발달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양육 영유아 8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언어발달 검사 결과 정상 발달도 68.6%(59명)에 그쳤다. ‘약간 지연’은 14%(12명), ‘언어발달 지연’은 17.4%(15명)였다. 가정양육 영유아 3명 중 1명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언어발달이 지연된 것이다.
언어발달의 지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마스크 착용이다. 아이들은 말소리와 입모양, 표정과 몸짓 등을 통해 언어를 배우는데,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 되면서 말소리 외에 상대방의 입 모양이나 표정을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 외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로 인한 가정보육에 따른 부모의 우울증, 감정 조절·인지 기능·기억력과 관련된 뇌 변연계 손상 등 다양한 요인이 언어발달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신의진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던 시기 말이 늦어 언어치료를 받았던 아이들 사례가 있다”면서 “지방으로 일하러 간 남편 대신 엄마가 가정에서 연년생 아들 둘을 홀로 양육하다 우울증에 빠진 후 아이가 TV에 중독돼 변연계가 과도하게 자극된 것이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반건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영유아발달장애 전문)도 “지난 3년간 언어발달 지연의 원인은 크게 코로나19로 묶여질 수 있지만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외부활동 감소 등으로 다양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락다운(봉쇄) 기간 특히 만 1세 이전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지연이 있었고, 스마트폰, 태블릿 등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고 보호자가 책을 더 많이 읽어줄수록 어휘력이 더 많이 발달했다는 13개국 공동 조사 결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2월31일 13개국(미국·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이스라엘·폴란드·러시아·노르웨이·터키·불가리아·터키·사우디아라비아) 언어학자·심리학자 등은 각국의 생후 8개월~36개월 영유아 1742명을 대상으로 국가별로 코로나19로 첫 봉쇄가 시작될 때부터 종료될 때(2020년 3월부터 9월까지)까지 언어발달 정도를 평가한 결과를 ‘랭귀지 디벨로프먼트 리서치(Language Development Research)’에 소개했다.
영유아 시기 언어발달이 중요한 이유는 언어발달이 지연되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야기할 뿐 아니라 짜증·스트레스·공격적 행동 증가 등으로 정서·사회성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반 교수는 “아이들은 ‘회복 탄력성(시련과 역경을 딛고 다시 튀어 오르는 힘)’이 잠재돼 있어 대개 (언어발달 지연 문제가)회복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성인과 달리 영유아 시기에는 각 영역의 발달이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병적인 발달 지연을 보이는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증상이 복잡해지고 치료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말을 표현하는 ‘표현 언어’ 뿐 아니라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수용 언어’도 발달 지연을 보인다면 발달 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반 교수는 “요즘 아이를 한 명만 낳는 가정이 많다 보니 부모가 알아서 다 해주는 경향이 있어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용 언어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어 치료는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조기 발견 치료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다. 신 교수는 “보통 세돌 전 치료를 받으면 빠른 시간 내 좋아질 수 있다”면서 “어릴수록 과학적으로 평가해 언어가 늦는 원인을 밝혀 치료하고, 영국처럼 모든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년 2번 언어평가를 실시해 언어발달 위험군을 빨리 치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