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의료계가 조기 발견 및 치료를 거듭 당부했다. 최근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황반변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황반변성은 노화와 관련된 대표적인 망막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는 실명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 중 3번째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서양에서는 65세 이상에서 실명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기반으로 황반변성에 대한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집계한 결과 환자가 2017년 16만 6007명에서 2021년 38만 1854명으로 21만 5847명(130.0%)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23.2%로 나타났다.
사람 눈 속에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망막이라는 신경 조직이 있다. 여기에는 빛에 반응하는 시세포들이 모여있고, 이러한 시세포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감지해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중 황반이라는 부위는 망막 중에서도 가장 중심부에 위치하고, 시세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어, 선명하고 정확한 시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위이다.
황반변성은 이러한 황반이라는 부위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원래 모양에서 구조가 바뀌고, 기능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운철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종류에 따라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속히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50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글씨나 사물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중심 시야 일부가 보이지 않는 암점이 생기는 등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안과 진료를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황반변성의 경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5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이관련 황반변성은 크게는 건성과 습성으로 구분한다. 건성 황반변성은 처음에 눈 속에 드루젠이라는 물질이 침착되면서 시작된다. 이러한 드루젠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는 않으나 노화와 함께 여러 가지 생활습관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드루젠과 같은 물질이 눈 속에 있는 망막 밑에 쌓이기 시작하면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시력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적절한 영양분과 산소 등을 공급받기가 어려워져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더 진행하게 되면 시력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다 말라죽어버려 ‘지도모양위축’이라는 상태로 진행하게 된다. 이후 시력이 서서히 저하되다가 최종적으로는 시력을 잃는다.
건성 황반변성에서 일부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바뀌는데 습성 황반변성은 말라비틀어지는 건성과 달리 비정상적인 혈관이 망막 세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출혈이나 진물을 망막 안쪽이나 밑에 고이게 하는 상태를 얘기한다. 이러한 혈관에서 나오는 출혈이나 진물들은 정상적인 망막 기능을 방해해 시력을 저하시킨다. 또 치료를 하지 않으면 급격히 실명이 될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방법은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대규모 연구를 통해, 건성 황반변성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비타민과 항산화제 조합을 확인했다. 현재는 건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경우 비타민과 항산화제를 포함한 ‘아레즈 포뮬라’ 복용이 권장되고 있다.
초기부터 관리를 잘 하면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말기로 진행하는 확률을 낮출 수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병을 키운 경우에는 진행이 빠를 수 있어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
현재 습성 황반변성 치료는 눈 속에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레이저 치료를 주로 시행했던 과거에는 눈 속 망막 조직 손상을 동반해 결국 시력 저하를 막을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눈 속에 약을 주사하는 치료를 통해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적으로 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윤 교수는 “안약으로 마취하고 대개 시술이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연세가 많은 환자분들도 잘 받는 편이다”며 “황반변성이 너무 진행해 시각 세포들이 망가진 경우에는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시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