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유통된 스페인산 포도씨유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돼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되면서, 벤조피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2006년 일부 올리브유 제품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된 이후 그 유해성이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벤조피렌은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AH) 일종으로 지방산이나 탄수화물이 높은 온도에서 가열될 때 생성되는 물질이다.
벤조피렌은 담배 연기 중에서 가장 먼저 밝혀진 발암물질이다. 담배 연기에는 고농도의 벤조피렌이 함유돼 있어 흡연 시노출된다. 흡연하지 않는 경우에는 식품으로 노출되는 사례가 가장 많다.
육류 등을 고온에서 가열하면 벤조피렌이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특히 불과 직접 접촉해 검게 탄 부위에 벤조피렌이 가장 많이 들어 있고, 육류의 지방이 고기에 떨어져 생긴 연기에도 다량 들어있다.
불에 구운 육류 및 어패류, 소시지와 같은 식육가공풍 등에 벤조피렌이 들어 있다. 불에 구워 조리하면 벤조피렌이 많아진다. 같은 육류라도 지방이 많을수록 벤조피렌이 많이 생성된다.
이처럼 벤조피렌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품 조리 중에 생긴 연기에 식품이 닿으면 식품에 벤조피렌양이 증가한다.
또 커피, 깨, 땅콩 등을 고온에서 볶으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이 분해되면서 벤조피렌이 생성된다. 참기름의 경우 건조, 볶음, 착유 등의 열처리 과정에서 벤조피렌이 생성될 수 있다. 재배 환경 등에서 벤조피렌에 오염된 참깨를 사용하면 더욱 증가한다.
커피 원두를 고온에서 로스팅할 경우에도 벤조피렌이 생성될 수 있다. 원재료를 볶는 온도가 높고 시간이 갈수록 벤조피렌이 많이 생성된다.
국제암연구소는 벤조피렌을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증거가 충분하다고 인체 발암물질(그룹1)로 규정했다. 훈제 육류 및 어류를 많이 섭취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특히 직화구이를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대장암 및 유방암 발생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 고기를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또 벤조피렌은 환경호르몬으로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여성들의 자궁질환, 생리통, 성조숙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피부가 벤조피렌에 장기간 노출되면 홍반, 색소화, 사마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종종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한 식품이 유통돼 문제가 됐다. 2010년 중국산 녹차와 홍차에서 국내산 잎차와 뿌리차보다 각각 29배, 6배 많은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2012년에는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가 들어간 일부 라면스프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을 초과해 검출돼, 해당 스프가 들어간 라면이 판매 금지 및 회수 조치됐다.
식약처는 벤조피렌 기준을 설정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식약처는 식품을 건조할 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식품에 연기가 닿지 않도록 연기를 막는 보호판과 배연장치를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는 “수산물·식용유지·훈제육·분유 등에 유럽연합(EU)의 벤조피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추가로 가다랑어포 등 훈제건조어육과 일부 농산물에도 기준을 설정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