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만 치료제 돌풍으로 지난 해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매출이 2022년보다 10배 이상 오른 51억6310만 달러(약 6조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일라이 릴리의 연말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매출 341억2410만 달러(약 44조원)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20% 성장했다.
이 중 4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28% 증가한 매출 93억534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은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쓰이는 ‘마운자로’가 주도했다. 마운자로는 2022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비만 치료 효과가 유명해져, 오프라벨(허가 외 의약품) 방식으로 비만 환자에도 처방되며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후 릴리는 작년 11월 마운자로와 주성분(티제파타이드)이 같은 ‘젭바운드’를 비만 치료제로 정식 승인받았다.
4분기에 마운자로는 매출 22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690% 증가했다. 11월 허가받은 젭바운드는 4분기에 1억7580만 달러의 성적을 냈다.
마운자로의 4분기 매출 중 약 95%인 21억1000만 달러는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외 지역의 매출은 1억50만 달러였다.
연간 마운자로 매출은 약 52억 달러를 기록, 4억8200만 달러였던 2022년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 폴리펩타이드)에 이중 작용해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약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므로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쓰였다. 그러다가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를 자극해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비만 치료제로 개발됐다.
비만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 253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 체중이 최대 22.5%까지 감량하는 효과를 보였다. 주 1회 투여로 편의성도 높였다.
높은 감량 효과에 따라 마운자로, 젭바운드 등 GLP-1 약물의 수급이 부족해지자 릴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을 증설하며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약 2배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비만·당뇨 치료제 외에 항암제 ‘버제니오’ 등도 릴리의 실적 성장에 힘을 보탰다.
릴리의 데이비드 A. 릭스 회장은 “2023년은 어느 때보다 많은 환자에게 삶을 변화시키는 의약품을 제공해 강력한 매출 성장을 이룬 한 해였다”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매출이 404억~41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