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최초로 이식한 환자의 예후가 양호해 이식 수술 2주 만에 퇴원함으로써 이종 장기 이식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앞서 두 차례의 돼지 장기 이식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심장을 이식한 환자는 몇 주 뒤 숨졌고 다른 환자의 경우 지속적인 면역 거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리처드 슬레이먼(62)이 이식한 돼지 신장은 혈액 내 노폐물을 걸러낸 소변을 만들어내면서도 체액 균형을 유지해 다른 주요 장기들이 잘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이식 수술을 한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병원 의사들이 밝혔다.
슬레이먼은 성명에서 “오래도록 받아 보지 못한 깨끗한 건강 상태로 병원을 떠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이젠 현실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나로서는 물론 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이식 종합네트워크 책임 의료 담당자인 데이비드 클라센 박사는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지만 이번 일은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슬레이먼의 신체가 이식 장기를 거부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종 장기 이식이 여러 차례 이뤄지고 임상시험을 거쳐야 널리 활용될 수 있으며 장기 수급문제와 이식 비용 등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립 신장 재단에 따르면 말기 만성신장질환 환자가 메디케어(노인 및 장애인 대상 국가 의료보험) 환자의 1%에 불과하지만 의료비는 전체 메디케어 지출의 7%에 달한다.
슬레이먼은 정맥 혈관을 통한 투석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장기 이식이 불가피하지만 대기 순번이 늦은 탓에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데 동의했다.
미국의 경우 신장질환자가 수천 만 명이며 투석을 받는 말기 환자가 55만 명에 달하고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만 10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연간 신장 이식은 2만5000 건에 불과해 매년 수천 명이 이식을 기다리던 도중 사망하고 있다.
슬레이먼은 이식 수술 8일 째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이식 뒤 1년 이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증상으로 이식 환자의 25%가 3개월 이내에 겪는 증상이다.
의료진은 슬레이먼의 경우 일반 이식환자보다 거부 반응이 일찍 발생했으나 스테로이드 등 약물로 거부 반응을 억제해 사람 신장을 이식한 환자와 비슷하게 치료되고 있다고 밝혔다.
슬레이먼은 퇴원 후에도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면서 매주 세 차례 혈액과 소변 검사를 받게 되며 이에 더해 의사들이 매주 두 차례 왕진하게 된다.
한편 의료진은 슬레이먼이 면역 억제제 복용에 따른 감염 우려 등으로 최소 6주 동안은 복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의료진은 “환자가 궁극적으로 일상생활로 복귀해 삶의 질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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